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미진 총경,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참사 당시 현장에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일명 '토끼 머리띠 남성'이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벗었다.
특수본은 7일 브리핑에서 A씨를 참고인 조사한 결과, 휴대 전화상 위치나 폐쇄회로(CC) TV 분석 결과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일각에서는 사고가 난 골목길에서 누군가 '밀어'라고 소리치며 고의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주동자로 토끼 귀 모양의 머리띠를 착용한 A씨를 지목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했다.
결국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일 자신의 이동 경로 등을 알리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지난 5일 '핼러윈의 비극, 외면당한 SOS'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누구도 밀지 않았다"면서 마녀사냥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제 얼굴을 모자이크 안 하고 올리고, 모욕적인 말 쓴 사람들을 고소했다. 경찰서 가서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A씨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소나 시간대 모두 참사 장소와 시간대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 1일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 결과, 그의 주장과 객관적 증거 자료가 일치한다고 보고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경찰은 참사 당일 각시탈을 쓴 두 명이 길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 빔'(Jim Beam)이라는 술이었다"면서 "해당 장면이 촬영된 위치 역시 (참사) 현장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각시탈을 쓴 두 남성과 토끼 머리띠를 한 여성 등 당시 인파를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불특정 다수의 신원을 파악해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조만간 당사자들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