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의 종착점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여야 하나요? SKY에 못 가는 아이는 공부를 그만둬야 하나요? 그렇지 않다고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공부를 잘하는 습관’이 아니라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이윤석 아이스크림에듀 대표는 브랜드가 ‘공부를 잘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교육기업 아이스크림에듀는 이번에 브랜드 전략과 메시지를 전면 수정했다. ‘진심이 짓는다’ ‘사람을 향합니다’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광고문구를 만든 광고인 박웅현 TBWA코리아 조직문화연구소 대표와 손을 잡은 결과다. 태블릿을 이용한 초·중생 스마트 학습지 ‘아이스크림 홈런’도 개편해 ‘홈런 2.0’을 출시한다. TBWA코리아 사무실에서 박 대표와 이 대표를 만나봤다.
“1등 만들어준다” 약속 안 해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이라는 슬로건은 기존 교육기업들의 메시지와는 사뭇 다르다. 성적을 올리고 결과를 보장해준다는 약속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누구나 1등으로 만들어주겠다’ ‘1등을 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 언어와 수학의 정석을 선행해야 한다’는 접근법이 올바르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해 아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부에 시달리는 모습에 회의를 느꼈다는 것이다.아이스크림에듀는 지난 1월부터 9개월간 TBWA코리아와 협력해 공부의 올바른 모습을 고민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팀은 브랜드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에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며 직원들은 물론, C레벨 경영진까지 심층 인터뷰했다.
그렇게 나온 메시지가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이다. 박 대표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고, 좋은 메시지에 주인이 없더라”며 “교육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하는 기업 중에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곳이 없었고, 그 본질을 아이스크림에듀가 짚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아이들을 ‘기계’가 아니라 ‘유기체’로 본다면,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교육은 ‘오가닉(organic)’인 아이들을 ‘메카닉(mechanic)’으로 이해해서 문제”라며 “수능 271점은 서울대, 270점은 서울대가 아니라며 잘라버리고 그 1점을 올리기 위해 아이들을 공부 기계로 보는 접근”이라고 했다. 이어 “‘오가닉’으로 본다면 제도 속 시험에서 결과를 내는 좁은 의미의 공부를 강요하지 말고, 공부를 좋아하게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홈런 2.0’ 출시…습관 기르기에 초점
‘공자님 말씀’ 같은 이상적 교육관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 이 대표도 이런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 캠페인을 보고 ‘순진한 소리’라며 냉소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많은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옳은 길이라고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는 평범한 학생으로 공부하면서, 아버지로서 자녀의 공부를 도우면서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며 “다른 학부모와 아이들도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캠페인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대표 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도 2.0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았다. 매일 할 일을 수행하면 태블릿 속 ‘습관나무’가 자라나고, 한 달에 한 그루씩 길러 1년이면 나만의 숲이 완성된다. 1년간 키운 나무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진짜 숲에 학생의 이름으로 나무를 기부하고, 집에서는 실제 반려나무 화분을 받아 키워볼 수 있다. 얼마나 잘 공부하고 있는지를 9개의 동물 캐릭터 유형으로 진단해주는 ‘AI 생활기록부’도 도입한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문제를 제공하는 ‘수학의 세포들’ ‘독서습관 챌린지’ ‘홈런 좋은부모 앱’ 등을 새로 제공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