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 대규모 경제 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 독일 내부에서는 “파탄 난 러시아와의 관계를 반면교사 삼아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방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숄츠 총리는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선택했다.
중국 관영매체 CCTV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3년간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첫 방중이다. 폭스바겐, 지멘스 등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2명도 동행했다.
시 주석은 이날 숄츠 총리를 환대하며 “변화와 혼란의 시대에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지난달 3연임을 공식화한 시 주석이 숄츠 총리의 방문을 계기로 체제 정당성을 다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반중(反中) 전선’ 구축으로 소원해진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질서가 혼란에 빠진 시기에 두 정상이 만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의 이번 방중은 계획 단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과 밀착하면 추후 독일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극심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것처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중 제재 등으로 독일 경제가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경기 침체 신호가 커지는 상황에서 숄츠 총리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손을 놓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다. 독일 싱크탱크인 키엘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교역이 위축되면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숄츠 총리가 이날 독일 현지 매체 기고문에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중요한 경제 무역 상대다.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일의 친중 행보로 유럽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다양한 입장으로 단일 대중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