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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치킨게임' 논란…전문가들이 SK하이닉스 우려하는 이유 [마켓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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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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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인드 인터뷰


    SK하이닉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줬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후 시가총액 2위를 내준 뒤 또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간 것이다. SK하이닉스가 2016년 말 무렵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선 뒤, 6년가량 삼성전자와 함께 부동의 '투 톱' 자리를 지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소식이다.

    다만 시장관계자들은 이대로라면 SK하이닉스의 시총 순위가 더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반도체 규제에 가장 취약한 데다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에서다. 마켓PRO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블라인드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정리했다. 반도체 치킨게임이 끝나고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끝난 뒤 반도체 업계가 어떻게 재편될 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었다.
    현금 없는 한국 기업 SK하이닉스
    반도체 치킨게임에 가장 취약
    지난달 26일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황이 큰 폭으로 둔화하자 감산을 통한 공급 축소로 대응하겠단 것이다. 통상 반도체 업체들은 불황기가 오면 동시다발적 감산을 통해 공급을 축소한 뒤 업황 회복을 당겨왔다.

    이번에도 이미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역시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튿날인 27일 삼성전자는 예상을 깨고 "감산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삼성전자 발 반도체 치킨게임의 서막이 올랐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말 전 세계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3.6%, SK하이닉스가 27.7%, 마이크론이 22.8%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의 점유율까지 뺏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본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 A씨는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여기서 인수합병(M&A)을 하거나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기에는 삼성전자보다 자금이 부족하다"며 "삼성전자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을 빼앗아 오면 높은 점유율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5조원에 육박하지만,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5조원에 불과하다. A씨는 그러면서 "반도체기업들은 업황이 나쁠 때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 좋다"며 "그렇게 빼앗긴 점유율은 업황이 좋을 때 다시 가져오기 어렵다"라고도 덧붙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대만 디램 업체들은 극단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통해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였던 독일 키몬다를 파산시킨 바 있다.

    문제는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을 밀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펀드매니저 B씨는 "마이크론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반출 규제 등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SK하이닉스보다 더 버틸 힘이 있다"면서 "이 치킨게임에서 마이크론이 잘 버텨낸다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고 SK하이닉스의 점유율만 나 홀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램의 치킨게임은 이미 끝났고 문제는 낸드(NAND) 관련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디램 치킨게임은 오랜 기간 이어져 와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치킨게임이 문제가 된다면 낸드사, 그 중에서도 디램 사업을 하지 않아 비상시 현금여유가 없는 키옥시아 등 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美 반도체 규제에 가장 타격받는 곳도 SK하이닉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SK하이닉스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면 안 된다는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반도체 장비 기업이 미국 업체인 상황에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IT) 기계 성능이 계속 좋아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체들은 새로운 장비를 꾸준히 들여 반도체 공정을 더 미세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래된 장비로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리므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 당장은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 대상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1년 유예해줬지만,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우시 공장(위 사진)에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가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미국 상무부 제재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 제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EUV 장비를 반입하지 못했을 때 타격을 받는 기업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까닭이다.

    A씨는 "낸드는 현존 기술로는 공정상 EUV 노광장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D램은 14나노미터부터 EUV 장비가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낸드를 만들고,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은 D램을 만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A씨는 반도체 치킨게임과 미국의 규제가 일단락 되고 나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선 TSMC가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인텔이 점유율을 점점 높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가 이런 환경을 뒤집지 못한다면 시가총액 상위에서 계속 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이 돌면 SK하이닉스 주가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 쉽게 생각하고 투자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SK하이닉스는 계열사 지원을 받으려 해도 SK 현금흐름을 책임지는 두 축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며 "노키아가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듯 현재 SK하이닉스의 상황도 좋아보이진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공급이 안 되면 또 다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며 "미국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며 한국 정부도 최선을 다 한다고 얘기한 이상 최악을 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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