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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이태원 트라우마'…붐비는 정신과, 예약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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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 정신과 병원. 20~30대로 보이는 젊은 환자들로 병원 내부가 꽉 찼다. 대다수가 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다. 병원 측은 “다른 환자들과 서로 마주치게 하지 않기 위해 평소에는 100% 예약제로 운영했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찾아오는 시민이 너무 많아 현장 접수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 시내 정신과 병·의원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도 북적이고 있다. 현장에서 사고 상황을 직접 겪은 피해자들은 물론 TV나 인터넷 등에서 사고 상황을 간접적으로 접한 이들도 많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한꺼번에 상담 수요가 몰리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병원으로 분류돼 항우울제, 수면제 처방 등 약물 치료에 중점을 둔다. 환자가 별도로 심리상담을 요구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내과나 정형외과처럼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해준다. 전문 상담이 생략되다 보니 간단한 ‘질의응답’만 오간 뒤 10분 만에 진료가 끝나는 일이 잦다. 병원에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많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런 탓에 “진료가 너무 빨리 끝나는 것 같다”거나 “심리 치료는 왜 안 하느냐”고 병원 안내데스크에 따지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병원 관계자는 “심리상담센터는 병원이 아닌 일반기관으로 약 1~2시간 동안 면담이 가능하지만 약물 치료를 위한 처방은 불가능한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환자가 꽤 많다”고 했다.
○“정신과 진료기록 남나요”걱정
정식 트라우마 치료를 기피하는 시민도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기록에 ‘F코드(정신질환을 일컫는 상병코드)’가 남으면 실손보험이나 암보장 등 건강보험 가입이 까다로워질 것을 걱정해서다. 우울증 검사기록이 있었던 날로부터 1년 이상(유예 기간) 치료를 받지 않아야 일반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신과 진료 기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유예 기간을 적용한다”며 “우울증과 중증도의 정신과 치료 기간이 잦거나 길어지면 향후 보험을 갱신할 때 보험료가 올라가거나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진료기록이 남지 않는 ‘비보험’ 진료를 권하기도 한다. 보험을 적용받으면 8만~10만원이면 될 심리상담 치료비가 20만~30만원으로 뛴다는 게 단점이다.

직장인 신모씨(32)는 트라우마 심리상담과 약물 치료에 대해 비보험을 선택했다. 신씨는 “이태원 참사로 매일 악몽을 꾸고 잠을 설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으면 보험 가입 문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찝찝했다”고 털어놨다.
○의료계 “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트라우마 증상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이나 식사 등 일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며 “2차, 3차 트라우마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사건 뉴스와 유튜브 영상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강섭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사람의 뇌는 새로운 경험과 작은 변화를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트라우마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정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 강도가 심할수록 괜찮은 척 애쓰는 경우가 있다"며 "힘든 감정을 주변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눠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태원 사고 이후 빠른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해 서울시민 948만8454명을 대상으로 특별심리지원 서비스(우울, 불안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이 시내 정신전문의료기관 225곳에서 우울·불안 검사를 최대 3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가족에게도 대면·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지원해 가족을 잃은 슬픔과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심리지원센터는 동북·동남·서남·중부 센터 등 4곳이다. 전화 예약하면 무료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참여 의료기관은 25개 자치구 보건소에서도 안내한다.

권용훈/강영연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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