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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의 호모파덴스] 직장인들이여 '일의 의미'를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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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적이고(volatility), 불확실하고(uncertainty), 복잡하며(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상황을 뜻하는 약자로 1990년대 초반 미국 육군 대학원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뷰카(VUCA)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비정상이 정상인 요즘이다. 특히 팬데믹 이전의 직장 생활 경험 유무에 따라 팬데믹 이후 조직 생활에 대한 가치관 차이도 심화하고 있다.

우수한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며 칭송받던 국내 기업은 최근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간 외 근무를 강요했다는 노동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업무시간 10분 전까지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의 이름, 부서명, 직위, 지각 횟수 등이 담긴 이메일을 회사 내에 공유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이메일은 11월부터 지각한 직원을 상대로 교육 또는 면담할 예정이니 참조해달라는 경고성 안내로 마무리돼 있다.

과거에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 근무체제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상시 주중 야근 모드였던 직장생활 속에서 성장한 선배 세대로서는, 한 시간 조기 출근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고작 10분 일찍 출근하라는 회사의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후배 직원들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세대 후배들 입장에서는 엄연히 출근 시간이 있고, 엄밀히 말해 지각한 것도 아닌데, 굳이 10분 먼저 일찍 오지 않았다고 전사 이메일로 해당 당사자들에게 망신을 주는 회사의 꼰대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 확산됐던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가 다시금 정상 출근 근무로 전환되고 있고, 대퇴사(Great Resignation) 현상이 글로벌 트렌드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실직의 위험에 노출되는 퇴사보다 열심히 일하려는 생각 자체를 접은 상태로 회사를 다니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도 확산 추세다. 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그에 따른 채용 과정의 순환 반복에 지친 회사들은 조용한 사직을 일삼는 직원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게으른 직원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조용한 해고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BBC 방송은 소개하고 있다.

2023년도에 예상되는 경기 침체와 고용시장 경직을 감안한다면, 이런 추세는 지속되고 심화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인사관리 및 인재 육성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기존처럼 마른수건 짜기 전략으로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에 의존하거나, 직원들의 정신무장 교육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오른손과 왼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리더십도 팔로십이 있어야 비로소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으며, 재직 중인 직원들도 주입식 세뇌교육 이전에, 내가 오늘 왜 출근하는지,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 부여가 있어야 한다.

영국 베터업랩스(BetterUp Labs)의 조사에 의하면 일의 의미를 찾은 직장인은 조직 내 절반 정도다. 일의 의미를 찾은 직장인일수록 회사에서 더 오랜 시간 근무하고, 결근이 적으며, 승진이 빠르고, 장기 근속하며, 직장 만족도가 높고, 재무적 보상보다 비재무적 보상에 가치를 두고, 회사와 개인의 가치관이 서로 부합하고 있었다. 특히 맡은 바 임무에 의미를 찾은 직장인은 상호 간에 협업하고 지원함으로써 공존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일의 의미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전례 없는 팬데믹을 경험하고, 각종 사건과 사고로 지쳐가며, 불확실한 직장생활로도 소진돼 가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조용한 사직과 조용한 해고의 기로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가 가슴에 새겨야 할 선결 과제는 일의 의미다. 리더도 구성원도 모두 우리는 오늘을 사는 이유가 있어야 내일을 위한 준비가 가능하다. 일의 의미를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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