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던 골프웨어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2020~2021년 골프 시장에 유입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가운데 골프를 그만두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골프붐에 편승해 뒤늦게 론칭한 브랜드 가운데 적자 폭이 큰 곳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패션업계에서 나온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9~10월 롯데백화점 골프웨어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1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5%)보다 20%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PXG, 지포어 같은 최상위 브랜드는 아직 타격이 크지는 않다는 게 골프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입지가 모호한 중저가 브랜드들은 지난해부터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3분기 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시작으로 올해 2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글로벌세아의 골프웨어 브랜드 톨비스트는 지난해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젊은 층의 골프시장 이탈, 경기 냉각 등에 더해 골프웨어 시장 성장세에 브레이크를 건 또 다른 요인으로는 브랜드 난립이 거론된다. 패션·골프 기업들이 골프 열풍에 편승해 너도나도 골프웨어 브랜드를 론칭함에 따라 출혈이 심화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골프웨어 브랜드는 150여 개로, 이 중 40%에 해당하는 60개가 지난해 출시됐다. 이 가운데는 삼성물산의 구호와 글로벌 브랜드인 휴고보스 같은 메이저 브랜드가 포함돼 있다.
예기치 못한 돌발 악재가 터져 고전 중인 회사도 있다. 지난 5월 경기 이천 물류센터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크리스에프앤씨가 그런 사례다.
매출 기준 국내 1위 크리스에프앤씨는 이 화재로 파리게이츠, 핑 등의 의류 300만 점을 잃었다.
한 아울렛 관계자는 “불에 탄 상품 중에는 이월 상품이 많아 아울렛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며 “물류 시스템이 안정되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테니스 브랜드 하이드로겐을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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