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평균적으로 받는 돈이다.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보호시설의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 만 18세 청년은 이 돈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돼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으로 매년 2500여 명이 보호 체계를 떠난다. 보호시설을 나와 자립할 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500만~1500만원 정도의 정착금과 국가로부터 5년간 월 35만원의 자립수당을 받는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됐다. 보통 이 또래 청년들은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신입사원으로 취업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은 앞으로 살 집, 생활비, 학비는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으로 가득할 것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보다 이들을 더 괴롭게 만드는 것은 외로움과 두려움이다. 홀로 세상에 나왔다는 두려움, 힘들 때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다는 외로움이 청년들을 극한으로 몰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당장의 의식주 해결만을 도울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과 자립 단계에 따른 지원책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최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희망 첫걸음’ 지원을 시작했다. 공단 사업을 연계해 창업을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공단 취업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연계한 일경험 인턴 지원 시 우선 선발하고, 정규직 채용 시 해당 과정 수료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인생 설계 교육이나 심신 치유 같은 정서적 안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가치이기도 하다.
다행히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 덕분에 올 6월 본인이 원하면 보호 기간을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됐고, 내년부터 자립 정착금은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자립수당도 월 40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관심이 지금 이 순간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도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에 나오고 있다. 이들이 어엿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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