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50분부터 서면역 인근 케이블 공사를 시작합니다. 위험도 ‘중급’으로 분석되니 책임자와 감리자 모두 유의해주십시오. 오후 4시 예정됐던 해운대 일대 공사는 강풍 우려로 연기합니다.”
통신망 관리엔 손이 많이 간다. KT의 부산경남광역본부에서만 하루에 벌이는 크고 작은 공사가 300건에 달한다. KT 감리부서와 현장부서 등이 매일같이 이메일과 전화 회의에만 수시간을 쓴 이유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을 업무에 접목한 뒤엔 상황이 확 바뀌었다. 공사 작업 통합관리 플랫폼 ‘무한공감’에 공사계획서를 업로드하면 AI가 내용을 정리해 작업 위험 요인과 위험도 등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공사 관리 업무 시간이 AI 활용 후 80%가량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전형 AI 프로젝트 247건
1일 업계에 따르면 요즘 KT는 업무 전 영역에 AI 적용을 늘리고 있다. AI 활용에 공을 들여온 통신망 고도화 부문만이 아니다. 재무·구매 등 지원부서에서도 자체적으로 AI를 활용한 자동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KT 전국 곳곳에 있는 지사 자산운용팀이 부동산 등기부등본 권리분석 자동화 시스템을 쓰기 시작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엔 사람이 일일이 해야 했던 등기부등본 검토를 AI가 해주면서 업무 시간을 97% 절감했다.이런 혁신은 개발직군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KT는 각 분야에 도메인(전문) 지식을 지닌 비개발직군 직원들이 AI 기술을 활용해 더 좋은 업무 처리 방식을 찾는 프로젝트를 여럿 운영 중이다. 광역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 300여 명을 선발해 지역별 현장 AI 과제를 직접 발굴하는 ‘현장 AI 300’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지원부서에서 AI 활용도를 높이는 ‘스탭 디지털 전환(DX) 프로젝트’, 그룹사 간 AI 시너지를 도모하는 ‘그룹 ABC 프로젝트’ 등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각각 서로 다른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직원들을 모아 학습 조직 형태로 AI 도입을 늘리는 게 공통된 특징이다. 그간 KT 내에서 이뤄진 ‘실전형 AI 프로젝트’는 247건에 달한다. KT 관계자는 “업무에 AI를 연결하면 고객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개발자도 AI 일꾼으로 활용
KT는 전사적 AI 혁신을 위해 2020년부터 사내 AI 교육을 크게 늘렸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운영하는 AI 능력시험 ‘AICE’의 전신 격인 기업 실무형 AI 활용 역량 인증제도 AIFB(AI Fundamentals for Business)도 이때부터 도입했다. KT 사내엔 이 시험을 통한 자격 인증자가 약 2100명에 달한다.비개발자를 아예 개발직군으로 전환하게 해주는 사내 AI 교육 프로그램 ‘미래 인재 육성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나이, 직급, 전공, 현업 분야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직원을 선발해 약 6개월간 AI·클라우드 지식을 가르친다. 교육 과정은 철저히 실무 기반으로 이뤄진다. 부문별 반을 나눠 운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네트워크(NW) 부문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NW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엔진을 개발해보는 식이다. AI고객센터(AICC) 보이스봇처럼 교육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상용화한 서비스도 있다.
개발자로 직무를 바꾼 뒤 새로 배치된 부서에서 AI 교육을 추가로 받거나 독학 등을 통해 기량을 높이는 이들도 있다. 1기 교육생 중 한 명은 2020년 구글의 AI 경진대회 플랫폼인 캐글에서 마스터 등급을 받고 세계랭킹 290위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탈통신과 디지털 전환을 골자로 한 ‘디지코 혁신’을 이어가려면 더 많은 AI 인재가 필요하다”며 “AICE 등의 콘텐츠를 활용해 사내 AI 고수를 적극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