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아름답게 피어날 꽃다운 나이...가슴이 미어집니다.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인근 주민은 물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온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꽃과 추모 글이 담긴 메모가 가득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이곳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임시 추모공간이 만들어졌다.
한 시민은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이태원에 왔을까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히, 영원한 휴식을 취하시길 바란다"고 쓴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다.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꽃 사이사이에는 소주병과 막걸리가 놓여 있었다. 비닐을 뜯지 않은 새 슬리퍼를 놓고 간 추모객도 있었다.
지난 29일 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에는 폴리스라인을 쳐 출입이 통제돼 있다. 폴리스라인 너머로 보이는 이곳에는 미처 챙기지 옷과 신발, 핼러윈 소품 등이 아직 남아있다.
골목 인근 상점 앞에는 "그때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 이 거리에 온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닥친 불의의 사고에 마음이 미어집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여 딱 154송이의 국화꽃을 헌화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이태원 근처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했다는 구본영 씨(48)는 "아이들은 그냥 좀 즐기러 나왔을 뿐인데 그걸 뭐라 하시는 건, 생각하면 결국 안전에 대비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 이태원동 일대에선 핼러윈 데이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으로 총 30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인 다음달 5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하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