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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불황에 완성차도 역풍…현대차 "美·유럽 수요 3%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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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자동차 수요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회사의 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스위스 금융회사 UBS는 투자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자동차산업이 수요 감소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다. UBS는 포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제너럴모터스(GM)는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수요 감소 공포가 불어닥치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차값, 금리 급등으로 늘어난 할부이자 부담,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수요 감소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급등·경기 침체…수요 감소
30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 배라 GM 회장은 올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가 직면한 역풍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GM 차량의 수요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는 맥락이지만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차량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중고차 경매 도매가격은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 중국 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승용차 소매판매는 약 106만3000대로 전월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 도매판매는 전월 동기보다 8% 감소했다. 6~9월 판매량이 넉 달 연속 전년보다 증가하다 소비 추세가 꺾인 것이다. 승용차연석회의는 “국제 정세 불안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상황도 좋지 않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유럽은 소비와 생산 양쪽이 흔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시장이 전년 동기보다 13.7% 쪼그라든 유럽은 하반기 들어 꿋꿋하던 전기차 수요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장 가동용 전기료가 폭등하면서 폭스바겐은 내년 유럽지역 공장 감산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의 금리 급등이 글로벌 수요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어서는 자동차는 현금 구매 비중이 극히 낮다. 자동차업체의 조달금리가 올라가고 신차 할부상품 금리 또한 연 10%에 달하면서 실질적인 구매 부담이 대폭 늘었다. 현대차 금융부문(현대캐피탈)은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6.5%로 전년 동기 12.5%에서 반토막 났다. 자동차업체들이 할부상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車업체 “걱정 없다”지만 시장 우려
완성차업체들은 백오더(대기 물량)가 쌓여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백오더가 120만 대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의 시각은 수요 감소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바닥이던 자동차업종의 재고마저 증가 조짐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동차업종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김 연구원은 “다른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소비 여건이 나은 미국에서도 재고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내년 업종 전반의 재고 증가와 판촉비(인센티브)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일부 완성차업체는 시장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원재료값 상승 등을 들어 가격을 빠르게 끌어올리던 테슬라가 갑작스럽게 차량 가격을 인하한 게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최대 시장 중국에서 주력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각각 4~5%, 5~9% 낮췄다. 기아 또한 미국에 출시한 니로 전기차의 최고 트림 가격을 200달러 인하했다. 그간의 가격 인상 기조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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