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관계자들은 30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 등 현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한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일제히 비판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남 부원장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앞뒤 사정 파악되면 이런 비극이 절대 다시 없도록 제대로 징비록을 쓰자"며 "그런데 아무리 정치병자들이라도 좀 사람 도리는 버리지 말자"고 적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밤사이 참극을 머리와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해 멍하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지만 같이 애도하고 함께 나누어 극복하자"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페이스북에 "남영희처럼 이번 참사를 정치에 빗대거나 특정인의 책임으로 몰아가서 불순한 이익을 보려는,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포스팅과 정치병자들은 돌아보지 않고 그 관계를 끊겠다"고 적었다.
그는 "그런 사회악들을 넘어 우리 사회가 환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깊게 고찰하고 대안으로 말하겠다"며 "다시 한번 참사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가슴 깊이 빈다"고 했다.
백지원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도 "남영희 씨, 참 역겹다. 비극적 참사가 당신에게는 기회냐"며 "인간성을 상실한 행태에 소름이 끼친다. 아무리 막 나가더라도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꼬집었다.
앞서 남 부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참혹한 압사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윤 대통령 등에게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남 부원장의 이같은 주장이 담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남 부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핼러윈 축제에 10만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한 보도가 있었지만, 경찰 등 안전요원 배치는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적었다.
남 부원장은 "대통령 출퇴근에 투입돼 밤낮 야근까지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경찰 인력이 700명, 마약 및 성범죄 단속에 혈안이 돼 투입된 경찰 200명, 모두 용산경찰서 관할 인력"이라며 "평소와 달리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거란 예상을 하고도 제대로 안전요원 배치를 못 한 무능한 정부의 민낯"이라고 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며 "졸속으로 결정해서 강행한 청와대 이전이 야기한 대참사다. 여전히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하는 희귀한 대통령 윤석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 부원장은 "축제를 즐기려는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남 부원장의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현재(30일 정오)까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9명은 위중한 상태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