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인 정성호 의원이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세 번의 사형선고를 받고 극한의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얘기를 이재명 대표에게 자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 의원이 친이재명계의 핵심으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 어이없는 궤변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DJ처럼 민주화운동을 한 결과란 말인가.
정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를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정권의 무능, 무책임, 무대책을 은폐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전 정권과 야당 대표를 겨냥한 기획사정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대선자금 수사로 방향을 튼 것이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대장동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씨(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을 통해 쏟아진 새로운 정황들은 짜맞추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체적이다. 불법 대선자금의 경우 자금을 만든 사람(남욱 변호사), 전달자(정민용 변호사와 유씨) 모두 시인하는데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만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유씨를 압수수색하기 직전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유씨를 설득하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 의원은 “김용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해 ‘꼬리 자르기’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의 본질은 부패·비리 사건이다. 정치 보복, 야당 탄압 운운하며 민주당 전체가 ‘대표 방탄용’으로 동원되고 있는 모양새가 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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