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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종료 일방통보' 푸르밀…농민·노조 연일 규탄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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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롯데가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달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일방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노조와 낙농가들이 연일 본사 앞에서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푸르밀에 원유를 독점 공급하던 낙농가들이 공급처를 잃게 되자 지난 25일 계약 종료 통보에 반발해 집회를 연 데 이어 26일엔 푸르밀 직원 100여명이 해고 통보에 대한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푸르밀 직원 100여명 목소리 높여 "해고 통보 철회"

푸르밀 노조와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등에 소속된 100여명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의 일방적 사업 종료와 해고 통보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항의 현수막을 내걸고 "고용안정 보장하라", "살인행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회사 측에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정직원 360여명, 협력업체 50여명, 직속 농가 25가구와 화물 배송기사 100여명의 가정을 파탄 내려 하고 있다. 무능한 경영실패로 인한 적자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밀은 앞서 지난 17일 전 직원 약 400명에게 다음달 말 사업 종료 계획과 함께 정리 해고를 통보했다. 정리 해고 대상은 본사 일반직과 전주·대구 등 공장 생산직 사원 전부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잘못된 경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오너 일가인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인 2018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또 "근로기준법상 50일 전까지 정리해고 통보를 하고 노조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법인 폐업이 아니라 사업 종료를 택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자산 매각을 진행해 오너 일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푸르밀 경영진에 "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과 재매각 등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한 바 있다.
'40년 인연' 낙농가 임실서 찾아왔지만…신동환 대표 못 만나
앞선 25일에는 푸르밀에 40여년간 원유를 공급한 낙농민 약 50명이 본사 앞에 모여 일방적 사업종료 통보에 항의하고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낙농가는 1979년부터 40여년간 원유를 공급해 왔으나 푸르밀의 사업종료로 공급처를 잃게 된 상황이다.

전날 전북 임실군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당초 신동환 푸르밀 대표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사측에선 푸르밀 직원이 아닌 오태한 푸르밀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왔다. 오 위원장은 신준호 전 푸르밀 회장의 장녀인 신경아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대선건설 관계자로 알려졌다.

이상옥 임실군 낙농육우협회장은 낙농진흥회에도 가입하지 않고 푸르밀에만 원유를 납품했지만 하루 아침에 공급처를 잃게 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푸르밀의 요청에 따라 이 회사에만 1979년부터 원유를 공급해 왔으나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20여 농가가 진 부채가 총 120억원이 넘는다. 생존이 막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업계에선 지난 9월 LG생활건강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푸르밀이 사업종료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만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2018년부터 영업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매각이 무산되자 사업 종료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제품을 만든 유가공 전문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시작해 범 롯데가 기업으로 꼽힌다.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차남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해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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