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기업들의 신입사원 쟁탈전이 14년 만에 가장 치열해졌다. 입사가 확정된 대학 졸업 예정자수가 4년 만에 처음 늘었는데도 기업들은 목표했던 인력의 90%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주요 기업 1065곳의 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달 3일 현재 목표로 했던 채용인력의 90.2% 밖에 뽑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신입직원 채용에 나서면서 대졸 예정자들이 '귀하신 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그룹은 2200명의 대졸 예정자들에게 합격을 통보했다.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숫자지만 원래 뽑으려던 인력의 88%에 그쳤다. 이온그룹은 경력직 채용을 늘려 부족한 신입직원을 보강하기로 했다.
196명을 확보한 스미토모화학도 목표의 86.7%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스미토모화학 관계자는 "기계·전자 계통의 인력을 구하기가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의 인력난은 입사가 확정된 대졸 예정자(내정자)의 숫자가 4년 만에 늘어난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내정자 숫자는 11만6079명으로 1년 전보다 5.7% 늘었다. 내정자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증가폭 역시 2015년 이후 가장 컸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고, 경기가 살아나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던 비제조업 부문도 내정자수가 4% 늘었다. 비제조업 부문의 채용 규모가 증가한 것 역시 4년 만에 처음이다.
숙박업의 취업 예정자 숫자가 6배 급증하는 등 비제조업 23개 업종 가운데 18개 업종의 채용 규모가 1년 전보다 늘었다.
제조업의 내정자수는 9.6% 늘어나 2년 연속 1년 전 수준을 웃돌았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11%), 화학(12.8%) 등 19개 업종 가운데 10개 업종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계열별로는 이공계 취업 예정자수가 8.8% 늘었다. 기업들이 디지털 대전환(DX)을 서두르면서 이공계 출신들의 인기가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일본IBM그룹은 지난해보다 50.6% 늘어난 830명을 채용했다.
일본 기업들의 인력 쟁탈전은 내년에도 치열할 전망이다. 일본 기업의 15.9%가 "2024년 채용 규모를 2023년보다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줄일 것'이라는 회사는 1.2%에 불과했다.
야마다 히사시 니혼종합연구소 부이사장은 "저출산 등에 의한 구조적인 인력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후퇴하면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