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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또 유찰, 인국공은 高금리로 겨우 발행…기업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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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긴급 공급하기로 결정했지만 채권시장 한파는 풀리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전력,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신용등급 AAA급 공사채가 유찰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렵게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AAA 한전채 또다시 유찰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전(AAA급)이 이날 2년 만기 채권 2000억원과 3년 만기 2000억원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3년 만기가 최종 유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2년 만기도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8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2년 만기 발행 금리는 연 5.99%로, 가까스로 5%대를 사수했다.

인천공항공사(AAA급)는 채권 만기 구조를 짧게 재편하면서 목표 물량을 겨우 채웠다. 이날 인천공항공사는 2년 만기 600억원과 3년 만기 600억원에 대한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3년 만기에 대한 투자심리가 주춤하면서 2년 만기 800억원과 3년 만기 4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 발표 직후 우량 공사채가 잇달아 유찰된 여파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한국가스공사(AAA급)는 목표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한 채 2년 만기가 유찰됐다. 인천도시공사(AA+급)는 2년 만기 300억원과 3년 만기 500억원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3년 만기 발행을 포기했다.

채권시장의 불안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자금 조달을 미루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번주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채권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승세 안 꺾이는 CP 금리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금리는 좀처럼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 만기 CP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오른 연 4.45%에 마감했다. 지난 23일 정부 대책 발표 이후에도 CP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회사채 금리도 변동성이 큰 상태다. 3년 만기 AA-급 회사채 금리는 24일 전일보다 0.144%포인트 떨어진 연 5.592%로 장을 마치는 등 12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이날 장중 한때 연 5.682%까지 올랐다.

발행에 성공한 기업도 웃지 못하고 있다. 발행 금리 급등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탓이다. 코리안리재보험(AA급)은 24일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금리를 연 6.7%로 확정했다. 보험사의 AA급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연 6%대 중반을 넘어선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사모채시장에서는 A급 대기업 계열사도 연 7%대에서 자금을 구해야 할 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K렌터카(A+급)는 21일 사모채 시장에서 100억원을 조달했다.

금융당국은 추가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증액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채안펀드의 구체적인 지원 일정 혹은 대상을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정부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운영될 때까지 눈치 보기에 나서겠다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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