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가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미래기술 대학 5곳과 혁신연구소 15곳을 짓는다. 기술허브 선전은 관내에 취업하는 핵심 인재에게 최대 500만위안(약 10억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미국과 벌이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의 승패가 인재 확보에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3연임을 확정한 자리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연설에서 “인재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기초이자 버팀목”이라며 “혁신형 인재를 적극 육성해 자립자강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 유치 첨병으로 나선 상하이
중국에서 가장 부유하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인 상하이가 인재 유치의 첨병으로 나섰다. 상하이는 금융·무역 중심지를 넘어 지금은 첨단산업의 요충지로 떠올랐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자리잡으면서 반도체산업의 전초기지가 됐다. 중국 반도체 인재 40%가 상하이에 모여 있다.상하이는 2020년 6월 세계 100대 대학 졸업생(석·박사 포함)에게 일종의 시민권인 후커우(戶口)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지역 후커우가 없으면 집을 살 수도, 초·중·고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 결혼도 상하이 후커우끼리 하는 게 당연시된다. 다른 지방 출신이 대도시 후커우를 받으려면 사회보험료를 두 배씩 7년 이상 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후커우 발급 정책 시행 후 지난 한 해 동안 2만2000명의 명문대 졸업생이 상하이 후커우를 취득했다.
미국 폴슨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최상위 연구자의 29%가 중국 대학(학부) 졸업자다. 하지만 중국 출신 연구자의 56%는 미국에 남는다. 해외에 머무는 핵심 인재를 귀국시키자는 ‘백인계획’(1994년)과 ‘천인계획’(2008년)이 나온 배경이다.
산업스파이 의혹과 국내 인재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자 중국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핵심 인재를 지원하는 ‘만인계획’(2012년)으로 전환했다. 만인계획에 선발되면 연간 100만위안(약 2억원)의 생활 보조금, 500만위안의 연구비를 기본적으로 지원받는다. 2014년까지 7년 동안 천인·만인계획 선발자는 600여 명에 그쳤지만 이후 연평균 5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중국은 세계 600여 개 도시에 인재유치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선전은 파격적 지원금을 내걸고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다.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매년 최대 1000만위안(약 20억원),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공장 설립에 3000만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반도체·AI 인재 육성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말 중국의 반도체산업 인력은 약 54만 명이다. 2023년에는 76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만 칭화대, 베이징대, 화중과기대 등 14개 대학이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했다.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베이징항공항천대는 화웨이와 반도체 혁신센터를, 칭화대는 중국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넥스칩과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세웠다.중국은 또 인공지능(AI) 인재 100만 명 육성을 목표로 지난해 기준 230여 개 대학에서 400여 개 AI 관련 학과와 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야오카이 푸단대 인재발전연구센터 소장은 “정부가 육성하는 첨단산업에 기업과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급 인재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첨단산업 견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인재 유치·육성 전략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3년 동안 지속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해외 기업과 인재들은 계속 중국을 떠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국가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연구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