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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반도체처럼…美·中이 탐낼 만한 기술, 3~4개는 더 갖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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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반도체처럼…美·中이 탐낼 만한 기술, 3~4개는 더 갖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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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전면에 섰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산업 육성법 등을 앞세워 헤게모니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 동맹 동참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제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과 자립 자강을 강조하는 중국도 양보할 기미가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한국에 과학·기술 관련 선택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커졌다. 과학기술이 경제·산업뿐 아니라 외교·안보적으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존망지추(存亡之秋)의 갈림길에서 과학기술 분야 수장은 난국을 타개할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지난 19일 서울 명동 집무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국가전략, 과학기술 전략을 들었다. 이 장관은 “반도체같이 미국과 중국 모두가 탐내는 핵심 과학기술을 최소한 3~4개 이상 더 확보해야 한국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나아갈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를 정하는 임무를 대통령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여러 안을 놓고 고민 중입니다.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같이 시대를 반영한 구체적인 지향점을 그려 나가고 있어요.”
▷‘칩4 동맹’ 사례처럼 과학기술 측면에서 미·중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는 사례가 늘었는데요.
“반도체 웨이퍼에 라인을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으로 정밀하게 찍듯 미세하게 판세를 읽어야 합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죠.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정말 ‘뾰족’하고 다른 국가에서 탐내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어느 수준입니까.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안 팔면, 못 사는 나라도 피해가 큽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이 틀어져서 중국에 메모리반도체를 안 팔면 텐센트 등 중국 회사의 피해가 막심해요. 제재하고 싶어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직접 제재하지는 못하죠. 메모리반도체 같은 분야가 몇 개만 더 있으면 한국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삼성전자 등의 위상이 높다지만 반도체 분야 수월성이 따라 잡힐 위험은 없나요.
“물론 영원히 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없습니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턱밑까지 따라온 분야도 있고요. 여전히 큰 차를 보이는 것은 완성품 중 양품 비율인 수율입니다. 하지만 수율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됩니다. 한국은 다른 분야를 고민해야 합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대표적입니다. 미국 엔비디아가 만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같이 시스템 반도체도 잘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AI반도체 육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입니까.
“정부는 최근 AI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향후 5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 AI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국산 AI반도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해 성능도 검증합니다. AI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해 고급 인재 7000명도 양성할 것입니다.”
▷AI반도체 팹리스 기업에서는 칩을 설계해도 파운드리에서 찍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합니다.
“외국 대기업의 주문을 소화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국내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의 칩을 찍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죠. 산업부에서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줘야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이 설계한 칩이 팔릴 때 일정액을 나눈다거나 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부쩍 커진 느낌입니다.
“화약, 증기기관 개발처럼 과학기술 때문에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많습니다. 최근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그렇고. 우크라이나 상공에 스페이스X의 소형 인공위성이 2800개가 넘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면서 러시아 군을 상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 육성할 구체적 계획이 있나요.
“국가전략 기술 체계 정립 및 육성 방안을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것입니다.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R&D) 규모가 지난 5년간 78조원에서 100조원 규모로 커졌어요. 외교·안보적으로 높은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기술 분야를 국가 전략기술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입니다.”
▷절대로 놓쳐선 안 될 과학기술 분야가 있다면 말해 주십시오.
“모든 분야가 융복합돼 있습니다. 하나만 뽑기 어려워요. 첨단 바이오를 예로 들면 AI와 바이오 연구 등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분야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잘해야 하고요. 업계 용어로 모든 분야를 다 잘하는 ‘풀스택’ 기술이 필요하죠. 정말 모든 분야를 다 잘해야 합니다.”
▷한국이 절실하게 강화해야 하는 분야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꼭 집어서 이야기한다면 양자기술입니다.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은 대비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될 것 같습니다.”
▷양자기술에 어떻게 투자할 계획입니까.
“2025년부터 2034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는 ‘양자기술 분야 대형 연구개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내년 1분기 추진할 예정입니다. 양자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하고 양자 분야 공통 기반 기술을 통합 개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예요.”
▷한국형 로켓 누리호와 달탐사선 다누리 등으로 우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다누리 발사 현장을 보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도 생각합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우주 프로그램 한 번 발사에 수조원이 들죠. 정부에서 다 하기는 어려워요. 스페이스X와 같이 민관 협력 모델로 삼을 기업이 한국에도 나와야 합니다.”
▷우주 개발에서 안보당국과의 협력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우주는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안보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작년 우주개발 진흥법을 개정했습니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안보 부처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앞으로 우주 부품, 위성 등 각 분야 협력 방안을 더할 것입니다. 우주항공청 신설 후엔 민·군 협력이 범부처 우주 정책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과학기술 인재 유치 방안을 안 물어볼 수 없습니다. 정부의 복안이 있나요.
“소위 ‘S급’ 인재를 구하기 위해 제도적 재정적 지원 사항을 마련했습니다. AI 등 디지털 분야 대학원을 신설하고 해외 우수 인력의 연간 최대 체재비도 6억원까지로 상향했습니다. AI 융합 대학원도 현재 15개에서 내년 19개로 늘릴 것입니다. 빅데이터 대학원은 2027년까지 10개를 신설하고, 융합보안대학원은 현재 8개에서 2026년 12개로, 대학ICT연구센터는 현재 48개에서 2027년 80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재임 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정책은 크건 작건 간에 국민에게 이득이 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샛강이 깨끗해야 큰 강이 깨끗하죠. 이소룡이 우락부락한 적을 제압한 것도 수없이 단련된 실근육 덕이었습니다. 큰 정책에만 집착하지 않고 작은 것도 살피겠습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바' 형태의 스마트폰 개척한 세계적 석학
이종호 장관은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 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한 세계적 석학이다. 2001년 원광대 교수 재직 시절 시스템 반도체의 표준인 ‘벌크 핀펫’ 기술을 KAIST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통적 반도체 구조인 모스펫(MOSFET)을 3차원으로 변환한 이 기술은 모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들어간다. 이 장관이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애플, 대만 TSMC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2012~2017년 받은 로열티 수익만 16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서울대 전자공학 석·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
△미국 MIT 박사후연구원
△원광대 전자재료공학과 교수
△경북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김진원/황정수/박동휘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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