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규제 권한을 두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경쟁하고 있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이 "또 한번의 암호화폐 시장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도입의 시급성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암호화폐 중에서 자금과 권한이 집중돼있는 분야를 경계해야한다"고 경고했다.
베넘 위원장과 겐슬러 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지적했다. 베넘 위원장은 "지난 봄에는 셀시우스와 쓰리애로우캐피탈(3ac)을 비롯한 암호화폐 펀드들의 붕괴사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레버리지가 풀려있었으며 다행히 그때는 좁은 범위의 손실에 그쳤지만, 레버리지가 다시 축적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베넘 위원장은 "최근 의회에서 검토 중인 법안을 통해 CFTC에 광범위한 직접 규제 권한을 부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두 수장 모두 이날 행사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중앙화된 구조는 잠재적인 재앙으로 가득차있다'고 경고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실제 암호화폐시장은 일부 중개자들을 중심으로 상당히 중앙집권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검증인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탈중앙화조직(DAO)와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언급한 것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자금과 권한이 집중돼있거나 미래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경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된 구조에서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등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넘 위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거래소와 딜러, 관리인, 은행의 역할을 모두 맡고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의 관점에서는 너무 많은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 우리가 고쳐야할 것들"이라고 언급했다.
'이더리움'의 증권성 여부에 대해서는 두 수장의 의견이 엇갈렸다. 베넘 위원장은 "이더리움은 상품"이라며 "결국 의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달 "지분증명(PoS) 방식의 암호화폐는 증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판단되더라도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해석이다. 피델리티의 기관 자산운용 사업부인 피델리티 인스티튜셔널의 마이클 더빈 회장은 파이낸셜 컨퍼런스에 참석해 "소비자 포트폴리오에 더 많은 가상자산을 포함할 기회가 늘고 있다"며 "위험자산 중 유의미한 배분을 가져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규제가 도입되든 암호화폐로 투자자금은 더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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