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핵심현장도 50% 미만 계약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GS건설·SK에코플랜트는 지난주 경기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 아파트의 일반분양 899가구 중 508가구의 미계약이 발생해 무순위청약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청약 당시 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의 실제 계약률이 43.5%에 그치자 업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급락한 주변 시세가 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분양가 결정 당시 전용면적 59㎡(7억7000만원)는 주변 시세보다 싼 편이었으나 몇 달 새 주변 집값이 급락하면서 당첨자들이 계약을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같은 달 경기 안양시에서 분양한 평촌두산위브더프라임 역시 11.8 대 1의 청약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최초 계약률이 37.6%에 그쳤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주 청약한 인천 영종하늘도시 ‘호반써밋스카이센트럴’은 경쟁률이 0.24 대 1, 충북 ‘e편한세상옥천퍼스트원’은 0.25 대 1을 기록했다. 대규모 미분양이 불가피한 청약률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작년 말 1만7710가구에서 올해 8월 기준 3만2722가구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PF 대출을 일으키고 분양 공고를 낸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공급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무상황 꼬이는 건설사들
건설사의 재무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파트 현장 초기 분양률이 지방에선 50%, 수도권에선 60~70%가 넘어야 공사비를 온전히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땅값과 초기 사업비는 PF대출로 충당하지만, 이후엔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하도급 대금을 주는 방식으로 현장을 돌린다. 분양이 안 될 경우 건설사 자체 자금을 투입해 주택을 완공해야 하며,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이어지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재건축·재개발 사업 역시 일반분양이 자금 확보의 핵심이다. 조합원은 공사 단계에선 땅을 내놓을 뿐 추가분담금은 사후에 정산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PF 유동화 증권 차환에 실패해 7000억원을 떠안게 된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들도 최근의 분양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년 초 일반분양이 저조하면 총 4조3677억원의 공사비 중 일부를 건설사들이 계속 조달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계속되면 버틸 기업은 없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부터 시작해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저축은행 연쇄 위기 우려
건설사들이 미분양 현장을 더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해 미착공 현장을 포기하면 제2금융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위험한 사업장은 시행사가 토지담보대출 형태 등으로 브리지론(임시대출)을 받았으나 본 PF를 일으키지 못한 현장들이다. 대부분 시행사는 대출을 변제할 여력이 없고, 장기간 쌓인 이자는 담보토지 가격을 훌쩍 넘기고 있다.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연 10%대 고율의 이자를 낼 여력 없이 추가 대출과 연장으로 버티면서 실낱같은 희망으로 버티는 곳이 상당수”라고 전했다.건설사가 계약을 타절하면 대출해준 캐피털, 저축은행의 손실로 곧바로 이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캐피털·카드 등 여신 전문사의 PF대출 규모는 26조9000억원, 저축은행은 10조8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브리지론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현일/박종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