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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프로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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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배 변호사로부터 서울시청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하고 있는데 같이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는 전국 개업 변호사 숫자가 2000명이 안 되던 시절이라 변호사를 만나기 매우 어려웠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도 사무장만 만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당연히 선배 변호사의 제안을 수락했는데, 선배 변호사는 고맙다며 앞으로 긴 변호사 생활을 할 텐데 ‘프로보노’ 활동을 적절히 하는 것이 직업 만족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보노라는 말을 처음 들은 필자는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라틴어인 ‘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말로 공익활동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흔히 로펌이 돈을 버는 것에 너무 몰입해 공익활동에 인색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가 아는 한 대형 로펌들은 그들 나름대로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해 많은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사회공헌위원회를 두고 각종 프로보노 활동에 열심이고 법무법인 태평양은 창업한 회사를 매각해 우발이익이 발생하자 이 중 상당액을 출연해 공익재단법인인 동천을 설립, 수많은 공익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 광장도 공익활동위원회를 통해 난민, 이주노동자, 북한이탈 주민 및 장애인을 위한 법률지원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올해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공익활동위원장을 오래 지낸 김병재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로부터 공익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프로보노는 최근에는 일상생활에서 재능기부라는 모습으로 좀 더 진화하고 선한 영향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역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소속 구성원들의 재능기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프로보노는 이제 수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그들이 가진 재능을 더 나은 세상,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부하는 일상적인 봉사를 의미하고 있다. 필자가 아는 매우 유능한 변호사는 사내 변호사에서 아예 공익활동만을 주로 하는 공익법센터로 전직한 사례도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중 하나가 ‘타인의 아픔에 익숙해지기’이다. 공익에 대한 감수성을 잘 간직하는 것도 슬기로운 변호사 생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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