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이탈리아의 신임 총리로 지명됐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대통령 관저인 로마 퀴리날레 궁에서 멜로니 총리와 24개 부처를 이끌 각료들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국정 운영 개시를 알렸다.
멜로니 총리가 이끌 새 내각은 다음주 상원과 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친 뒤 공식 출범한다. 우파 연합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라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한 신임투표 통과가 유력하다. 새 내각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공화국 수립 이래 68번째 내각이 출범하게 된다.
멜로니 총리는 ‘여자 무솔리니’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창당한 FdI가 베니토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FdI를 창당해 2014년 대표를 맡았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FdI는 26%를 득표하며 원내 1당으로 등극했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Lega) 대표와 전 이탈리아 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FI) 대표 등과 손잡고 이탈리아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멜로니 총리의 취임으로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가 집권한 첫해를 기준으로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정권이 탄생하게 됐다. 무솔리니는 1922년부터 1943년까지 집권했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면서도 파시스트를 상징하는 삼색 불꽃 로고를 여전히 당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각 국가는 축하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 새 정부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는 것을 비롯해 인권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존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낙태권 등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