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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기요금 현실화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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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이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겨울을 맞이하게 됐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가운데 북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고로 위기감이 더욱 커진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최고가격제 시행을 논의하고 에너지 사용을 강제로 줄이는 비상조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여름철 에어컨 가동을 줄여야 해 생활에 불편을 겪었던 유럽 사람들이 이번 겨울은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전쟁의 부정적 여파는 우리에게도 크다.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무역수지 적자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9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하면서 달러당 1400원을 웃도는 원화 환율 동향을 특히 주목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원화 약세로 물가마저 불안한 상황이어서 쓰나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이런 와중에 생산원가를 크게 밑도는 전기요금도 부담이다. 최근 정부는 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와 물가 부담을 고려해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할 필요성을 들었다. 또한 에너지 소비 성수기인 동절기에 자발적인 범국민 에너지 10% 절약 운동을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비상 상황은 가격 급등보다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인한 구조적 수급 차질 상황을 전제로 한다.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외 사정 악화로 인해 석유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거나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 수급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 수급 조정 명령 또는 배급제를 시행할 수 있다. 전기도 사용 시기·방법 및 기자재의 사용 제한 또는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의 조치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전면 중단 같은 비상상황을 전제로 한 데 비해 우리는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한 사전 조치의 성격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러시아로 구성된 OPEC+ 회의에서 원유 하루 생산량을 200만 배럴 감축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최대 감축 결정이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원유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는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물가 불안을 더욱 염려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물가 안정 등 거시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기록적인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과 석유값 안정을 위해 세금 감면 카드를 써서 공공부문이 그 부담을 떠안으며 물가안정을 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 왔다. 그러나 에너지의 9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처지에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도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

우리의 전기요금은 유럽처럼 시장가격이 아니라 한전의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것으로 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한전의 적자를 메꾸기 위한 요금 인상 시기가 계속 늦어지면 우리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높을 때는 절약하지 않고 떨어질 때 요금을 인상해야 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특히 이 기간 상대적으로 싼 전기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 에너지원 간의 합리적 수급 구조가 깨져 단기간에 전력설비를 확충해야 했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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