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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권 신영운용 대표 "지금은 반드시 주식투자할 때…속 편한 가치주·배당주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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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21일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향후 코스피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의미 없다”고 답했다. 허 대표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1990년부터 지금까지 10배 넘게 증가하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2배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며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좋은 기업을 싸게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국내 1세대 가치투자 대가’로 꼽힌다. 1996년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합류한 그는 올해로 6년째 신영자산운용 수장을 맡고 있다.

평생 ‘신영맨’으로 살면서 신영자산운용을 국내 대표 가치투자·배당투자 하우스로 일궈냈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와 ‘신영마라톤펀드’는 각각 설정액이 1조173억원, 4385억원으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1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허 대표에게 최근 증시와 가치주·배당주 투자전략에 관해 물었다.


▷현재 증시 상황을 진단한다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오랫동안 쌓인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이 물가 급등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종목별로 보면 일부 성장주를 제외하고는 이미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 있는 종목들이 상당히 많다. 국내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증시에 여러 악재가 혼재해 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위험 요인은.

“이 정도 수준의 고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겪어본 적이 없다. 이미 고금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기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금융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과도한 부채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여기서부터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일 때인가.

“주식을 파는 것은 충분한 수익이 났을 때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는다면 지금은 반드시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시기다. 경기가 둔화하고 기업이익이 감소한다고 해도 싼 우량주들이 너무 많다. 지금은 경쟁력 높고 재무적으로 안정된 우량 가치주들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불확실성이 크고 기업에 대한 전망도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 가치주 중에서도 고배당주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가치주가 오랜 부진을 이겨내고 주도주로 떠오를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세계적인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성장주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나타나 성장주 강세를 야기했고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를 한층 더 심화시켰다. 하지만 다시 고금리 시대가 찾아오면서 성장주에 대한 높은 프리미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장기간 소외받으며 저평가된 가치주가 제 가치를 인정받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배당주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은데.

“금리가 오르기 이전에 비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감소한 것은 맞다. 하지만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배당주의 투자 매력 자체가 훼손된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이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라면 배당수익률은 더욱 높아진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배당을 지급한 기업 중에서는 이미 배당수익률이 5~6%를 넘는 기업들도 많다. 주가가 기업의 가치보다 저평가됐다면 향후 주가가 올라서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고배당주에 투자하면 주식시장이 흔들려도 꾸준히 높은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불안해서 바닥에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향후 배당주 투자가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은퇴가 빨라지고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현금 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잉여 현금을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회사에 필요 이상의 현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는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배당금의 지급 시기도 반기배당, 분기배당 등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당주에 대한 수요 증가와 기업의 배당정책 개선이 맞물려 향후 배당 투자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치주와 배당주에 투자할 때 어떤 기준을 갖고 종목을 선별해야 하나?

“한마디로 ‘믿을 수 있는 좋은 기업을 최대한 싼 가격에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다. △사업 자체가 우수하고 경쟁력이 있는가 △재무적 안정성이 높은가 △대주주와 경영진의 자질이 뛰어난가 △적정 가치 대비 저평가됐는가 등을 봐야 한다. 기업의 보유자산 가치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 자체로도 투자 매력이 있을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재원이 될 수도 있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특별히 눈여겨 보는 종목은?

“지주사다. 지주사는 기업집단의 정점에서 핵심 계열사들을 지배한다. 하지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정작 보유지분 가치만도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 지주사인 삼성물산 시가총액은 20조원에 불과하다. 수년 내에 지주사가 재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주사는 배당주로서도 매력적이다. 지주사에 투자하면 우량 자회사들의 지분을 헐값에 사면서 배당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

“믿을 수 있는 좋은 기업을 최대한 싼 가격에 사서 충분한 수익이 날 때까지 장기 보유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시장 흐름이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종목 선택으로 승부한다. 주식시장의 등락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 좋은 기업을 고르는 데 집중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가능하게 하는 길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위기 때는 악재가 만발하고 좋을 때는 호재만 들린다. 작은 파도는 무시하고 큰 파도만 타겠다는 생각으로 일관성 있게 자신의 투자 철학과 신념을 실천하면 복리라는 마법의 힘이 작용해 투자자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가장 큰 투자수익은 위기에 투자한 자산에서 나왔다. 시간을 적으로 만드는 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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