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7년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제치고 국내 수입차 시장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 프리미엄 전기차를 비롯해 신차 라인업을 대거 선보인 결과다.
21일 자동차 데이터 전문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올 1~9월 5만7756대가 신규 등록돼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부터 월간 판매량에서 벤츠를 제치고 4개월 연속 1위를 달린 덕분에 BMW는 올해 누적 판매 대수에서도 벤츠를 넘어섰다. 최근 판매 성장률만 봐도 BMW는 직전달 대비 10.1% 늘어난 반면 벤츠는 10.0% 감소했다.
다만 2위로 밀려난 벤츠(5만6110대)와의 격차는 1646대에 불과해 4분기(10~12월) 판매량에 따라 최종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남아있다.
BMW코리아가 연간 누적 판매량에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넘어설 경우 2015년 이후 7년 만의 수입차 1위 탈환이다.
BMW는 지난해 신차부터 전통적 외관 디자인인 가로형 키드니 그릴 대신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출시된 4시리즈와 iX 전기차 등은 가로보다 세로가 긴 모양 탓에 "돼지코 같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랬던 BMW코리아가 올 들어 국내 시장에서 선전한 것은 다양한 종류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한국에 공을 들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BMW코리아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세단, 스포츠유틸리티(SUV), 레저용 차량(RV)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10여종의 신차를 내놨다. 벤츠가 이 기간 세단 중심으로 6종의 신차를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선택의 폭이 넓었다.
지난 6월 열린 부산 국제 모터쇼에선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부스를 차리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BMW코리아는 올 4분기 신형 7시리즈로 벤츠를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전략. BMW코리아는 연내 풀체인지 된 신형 7시리즈와 전기차 모델 'i7'을 동시에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두 모델 모두 이미 많은 사전예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출고 적체가 심한 상황에서 본사로부터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MW코리아는 세단뿐 아니라 중형 쿠페 'i4', 준준형 RV인 '액티브 투어러'를 선보인 데 이어 올 4분기 대형 SUV 'X7' 신형 모델 출시까지 앞두는 등 폭넓은 신차 라인업 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벤츠도 최근 주력 모델인 E클래스의 전기차 모델 EQE 판매에 돌입하는 등 연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역시 본사로부터 물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벤츠는 지난 6월 S클래스 등급의 전기차 모델인 EQS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올해 판매되기 시작한 EQS는 현재까지 누적 1064대가 등록됐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