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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팀 하나 없는 종목에 여대생들이 모였다···척박한 환경에서도 ‘골 때리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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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양정민 대학생 기자] 그동안 여자들의 축구, 야구는 한국에서 낯설었다. 거친 운동일뿐더러 프로, 아마추어리그가 활성화되지 않아 주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여자 축구는 준프로 체제(WK리그)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자 야구는 프로 리그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4대 프로 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에서도 프로 리그가 존재하는 스포츠는 여자 배구와 여자 농구뿐이다.

최근 첼시 FC 위민 출신 지소연(수원FC 위민) 선수 등 실력파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제 2의 지소연을 바라긴 쉽지 않은 상태다. 태반이 돼야 할 WK리그는 아직 프로 리그가 아닌 실업 리그다. 때문에 여자 축구 시장규모도 턱없이 작다. 여자 야구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여자 야구팀과 선수들은 대개 한국여자야구연맹 소속으로 공식 스포츠팀이 아닌 사회인 리그다. 여기에 좁은 인재 풀이 악재로 겹쳤다. 2022년 기준 여자야구연맹에 소속된 팀과 선수는 각각 47팀, 948명이다. 선수가 적다 보니 프로 리그나 준프로 리그는 열리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미디어를 토대로 여성들을 향한 스포츠 장벽은 조금씩 깨지고 있다. 여자 축구를 소재로 한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나 여자 야구를 소재로 한 MBC 예능 프로그램 ‘마녀들’이 대표적이다. 대학 내에도 ‘여자는 축구와 야구를 즐기기 힘들다’라는 편견을 깨고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료들과 땀 흘리는 순간을 즐기며 축구공을 차고 야구공을 던지는 것을 즐기는 ‘여자 스포츠 플레이어들’을 만나봤다.


“어릴 적 축구선수의 꿈 대학 와서 이뤘어요”
하나의 학교, 두 개의 축구팀.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한마음 레이디스, 중앙축구 동아리 포커스 WFC






한마음 레이디스 회장 이채연(국민대학교 스포츠교육학과?3?여)
포커스 회장 손지후(국민대학교 러시아?유라시아 학과?3)
포커스 WFC 주장 이하나(국민대학교 법학부?2?여)


Q. 각자 팀과 참여하고 있는 대회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이채연 “저희는 포커스 WFC가 생기기 전 교내에 있던 유일한 여자 축구팀이에요. 체육대학 내에 소속되어 있는 동아리입니다. 군기나 무거운 분위기보단 선후배 할 거 없이 모두 친한 편이에요. 대회는 현재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주최 대회, 서울권대학축구동아리연맹(SUFA) 주최 대회, 한국여자축구클럽연맹(KWFCF) 주최 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치르고 있어요. 2주 뒤(취재 일 기준)에도 경기가 있습니다.”

손지후 “포커스는 국민대의 남자축구팀이에요. 반면 여자 축구팀은 교내엔 체육대학 소속인 한마음 레이디스밖에 없었어요. 최근에 남자부 사이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여자 축구를 모집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었어요. 8월에 해보자 해서 홍보를 했더니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셔서 본격적으로 포커스 WFC를 창단하게 됐습니다. 다만 아직 신생팀이라 대회 참가는 내년쯤부터 생각 중이에요.”

Q. 입단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채연 “저는 고등학교 때 학교 스포츠 클럽을 하면서 여자 축구를 접했어요. 당시 남자 국가대표 축구가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났죠. 체대 입시를 하고 있어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대학교도 체대로 입학하고 한마음 레이디스에서 전문적인 훈련과 코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가 컸어요. 팀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보니까 깊게 축구를 배우고 싶었죠. 그래서 1학년 때부터 바로 가입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선 다치기 쉬운데 걱정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멋있다는 반응도 많았어요. 제가 저희 여자 동기들에게 추천해서 같이 한마음 레이디스로 뛰고 있기도 해요(웃음)”

이하나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축구 선수를 하고 싶었었어요. 6살 때부터 축구를 했었고요(웃음) 중학교 때도 풋살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서 전국 대회에 나가는 성과를 거뒀었어요.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고 나서도 축구에 대한 열망이 항상 있었는데 마침 포커스 WFC가 창단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주변 반응은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었던 거 같아요.”



Q. 여자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채연 “코로나19 시기에 훈련할 운동장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코로나19로 교내 운동장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부 대관을 해서 운동을 해야 했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훈련을 계획했는데, 한 번 하는 것도 벅찼었죠. 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하고 난감했었죠. 훈련 참석률 부분에서 고충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갑자기 아프다고 빠져버리면 훈련을 관리하는 회장 입장에선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어요. 선수 영입 부분도 저희는 아무래도 체대다 보니까 여자 비율이 별로 없어요. 2022년부턴 학교 체대 입시 기준이 높아지면서 신입생 여자 비율이 더 줄어들었죠. 그래서 다른 과 학생분들을 일부 받기도 했었습니다. 외부 지원 같은 경우엔 체육대학 측에서 대회를 나갈 때 식비 등을 지원해 주는 편이에요.”

손지후 “여자 축구팀 훈련을 1 달에 2 번 정도 생각 중인데 남자축구팀도 훈련 때문에 운동장을 써야 하는 입장이에요.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느는 건 알지만 운동장 예약 등에 한계가 있다 보니 훈련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당장의 고민입니다. 또한 아직 11 대 11 축구 경기를 치르기엔 선수들의 실력이나 체력이 조금 모자라서 올해는 풋살 위주로 팀을 운영할 계획이에요. 외부 지원 같은 경우는 신가드 (정강이 보호대), 축구공 등 포커스 선배들이 지원을 종종 해주세요. 포커스 WFC에도 선배님들께 말씀드리면 이와 같은 지원을 해 주실 거라 생각해요.”

Q. 축구, 어떤 의미인가요.
이채연 “저에게 축구는 제 대학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올해도 한마음 레이디스 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동아리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더욱 그런 거 같아요. 학교를 졸업해서도 여자 축구 동호회 등을 하며 축구를 계속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요.”

손지후 “처음 축구를 시작한 게 중학교 때부터 였는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축구를 즐기고 있는 만큼 제 인생에 있어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포커스라는 큰 동아리의 회장까지 맡게 돼서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아마 나중에 나이가 먹어도 계속 축구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하나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학업 스트레스처럼 여러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저처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매우 건전한 태도라고 생각해요(웃음) 워낙 오래 해 온 운동이라 축구는 이제 제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운동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포커스 WFC가 생기면서 국민대학교에 여자 축구팀이 2개가 됐어요. 자연스럽게 교류전이 많고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것 같은데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채연 “아무래도 같은 여자들이고 여자 축구팀이니 소통이 자주 되면 좋겠어요. 8월에 저희 부원을 통해서 포커스 WFC가 생겼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회장끼리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진 못했어요. 기회가 되면 친선경기 자주 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이하나 “사실 제가 작년 1월에 한마음 레이디스 가입 신청을 했었어요.(웃음) 한마음 레이디스는 체육대학 소속이고 다들 축구 실력이 너무 좋더라고요. 저희는 아직 신생팀이고 실력을 좀 더 키워서 언젠가는 맞대결에서 꼭 승리하고 싶어요.”

Q. 여자 축구 (한마음 레이디스, 포커스 WFC)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채연 “제가 2020년에 입학했을 때보다 지금 여자 축구에 대한 인기가 엄청 많아졌어요. 체육대학 사람들 뿐만 아니라 타과분들의 문의도 많이 늘어났고요. 앞으로도 관심이 많아져서 대회도 많아지고 축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하나 “최근에 골때녀 때문에 팀이 많이 만들어졌잖아요. 미디어 측면에서 여자 축구가 더 활성화돼서 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자 축구 관련해서 인터뷰 할 일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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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저를 기쁘게 때론 슬프게 하는 제 친구예요”
이화 플레이걸스 감독 김벼리(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3?여)






Q. ‘이화 플레이걸스’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이화 플레이걸스는 현재 유일한 대학 여자 야구 팀이에요. 2012년에 창단해서 2013년 이화여대 중앙 동아리로 등록됐고 2014년부터 한국여자야구연맹에 가입해 활동 중이에요. 연맹 소속 리그와 전국여자야구대회 등 다양한 경기에 참가하고 있고 2019년 8월 31일에 감격의 첫 승을 거뒀어요.”

Q.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팀 입단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이화여대에 오기 전부터 이화 플레이걸스와 여자 야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어릴 때 리틀 야구단에서 활동을 했었고 학창 시절에도 아버지와 종종 캐치볼을 했었어서 큰 계기가 있었다기보단 자연스럽게 이화 플레이걸스에 가입 하게 됐어요. 이화 플레이걸스 가입에 대해 부모님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셨죠.”

Q.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 야구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정말 단순히 야구를 많이 좋아해서 선택했어요. 여자 야구는 다른 스포츠들과 달리 여자 프로 리그가 없고 국가대표 상비군과 사회인 야구단만 있기에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화여대에는 사회인 여자 야구 팀이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할 수 있었어요. 만약 이화 플레이걸스가 없는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이었다고 해도 다른 사회인 여자야구 팀 입단을 고려했을 거예요. 단순히 환경이나 인프라가 열악하고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운동을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Q. 스포츠 동아리를 운영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고충이 있을 것 같은데요. 특정 포지션이 부족하거나 지방 경기에 출장을 가야할 때도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포지션의 경우엔 2019년 이전에는 10명 이내의 신입부원이 들어왔고 동아리에 남는 인원은 1-2명 밖에 되지 않았어요. 최소 경기 인원 9명을 모으는 것부터 어려웠죠. 코로나19 이후 동아리에 지원하는 신입부원 수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경기에 참가하는 인원은 9~12명 정도로 넉넉하진 않아요. 오래 연습해야 하는 투수, 포수, 유격수 같은 특정 포지션의 경우에는 항상 인원이 부족하죠. 감독의 입장에선 원하는 인원이 항상 경기에 오는 게 아니라서 최선의 라인업을 짜는 게 어려운 점 같아요. 지방 대회의 경우 학교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저희 팀은 당일 일정으로 움직이다 보니 팀 버스를 대절해서 경기에 참가하는 방식이죠. 리그 같은 경우엔 주말마다 경기가 진행되고 1~2달 안에 경기가 집중돼 있어서 충분한 선수 인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요.”

Q. 연습은 주로 어디서, 어떻게 하나요.
“연습은 일주일에 두 번 학교 운동장에서 진행해요. 교내 야구장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공용 운동장에서 진행하고 있고 가끔 연습장 레슨을 가거나 사설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야구장을 대관해서 연습하기도 해요. 훈련은 100% 감독의 주도 하에 이뤄집니다.”

Q. 아무래도 야구를 하다 보면 배트 등 장비 구매 비용이 많이 들텐데요. 지원을 받는 곳이 있나요.
“장비는 모두 회비로 구매해요. 그리고 한국여자야구연맹에서 연 초에 한 번씩 경기 물품을 보내줘요. 외부 스폰서 지원은 따로 없고 명예졸업(학교 졸업 이후에도 팀에서 뛰는 것을 의미) 한 언니들이 한 번씩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주시기도 해요.”

Q. 김벼리 감독님을 포함해 선수분들에게 야구는 어떤 의미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야구는 일생에서 뗄 수 없는 일부분인 거 같아요. 프로야구 팬 이상으로 야구를 직접 함으로서 인생에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하게 어떤 의미를 갖는다기보단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하고 속상하게 하기도 하는 인생의 소소한 친구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이화 플레이걸스 팬들에게 한마디.
“이화 플레이걸스는 이화여대 중앙 동아리로서 한국여자야구연맹에 소속돼 활동하는 여자야구 팀입니다. 이화여대 재학생이라면 누구든 지원하실 수 있고 학우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동아리입니다. 야구를 좋아시는 분이든, 운동을 좋아해서 시도해 보고 싶은 분이시든 모두 환영합니다! 또 야구와 운동에 큰 관심이 없어도 여자야구에 흥미가 생긴 분들도 언제든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거 꼭 적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화 플레이걸스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는 부원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즐겁게 같이 야구합시다.(웃음)”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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