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관리하는 전자감독 관리(전자발찌) 대상자 다수가 배달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업계는 법적으로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을 할 수 없어 관리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근식, 조두순 등 흉악범죄자 출소 시기만 되면 문제가 터질까 긴장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18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 중 배달라이더 등 일용직으로 분류된 인원이 66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용직 근로자들이 수익성 높은 배달라이더로 몰리는 추세를 감안하면 수백 명이 넘는 관리 대상자가 배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무부 산하 기관인 보호관찰소 내부 관계자는 “배달라이더가 돈을 꽤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들도 배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직접 관리하는 대상자 중 상당수가 배달라이더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 부산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배달 기사가 한 여성의 자택에 강제로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지난해 8월에는 화장품 방문판매업에 종사한 전자감독 대상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가 배달라이더로 일할 경우 초등학교 등 출입제한구역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생업 관련 사유로 출입제한구역인 학교 인근에 일시적으로 드나드는 것은 허용된다.
전자감독 관리 제도는 2008년 9월부터 주거침입 성폭행, 살인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재범억제력 개선을 위해 시행됐다. 재범 우려로 아동 청소년 관련 직업과 대인 접촉이 잦은 직업 등은 법적으로 취업이 제한된다.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가 취업할 수 없는 영역은 택배업, 의료기관 종사업, 가정 방문형 학습지 관련업, 노래방 관련업 등이다. 택배업은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라 성범죄자 취업 제한 대상이 됐다. 배달 관련 직종은 제한 대상에 없다.
배달업계는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를 솎아내고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이 구직자의 범죄기록을 요구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법적으로 기업이 조치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있는 배달업체 5곳을 취재한 결과 내부적으로 성범죄 여부를 관리하는 업체는 요기요 1곳뿐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자발찌 부착자가 재범을 저지른 사건은 291건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본인이 살고 있는 주소가 노출된 상황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가해자에게 협박까지 당하면 피해자의 고통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자감독 관리 대상자의 취업제한 업종에 배달업을 추가하자는 내용의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등 4건이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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