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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본 외면한 카카오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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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발생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플랫폼 생태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드러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운전자 등에게는 피해를 보상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상안 중 카카오 멜론·웹툰 이용자에 대한 이용권 3일 연장이 눈에 띈다. 너무나 한가해 보이는데, 나아가 카카오톡 이용자는 무료 서비스라는 이유로 별도 보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예고 없는 한국전력의 단전으로 양어장이 입은 손해와 같이 특정 지역, 특정 업자에 집중된 유형적 손해와 이번 사태처럼 손해 입증이 쉽지 않으나 수천만 명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를 비교해보자. 소송으로 간다면 유의미한 금액의 법적 배상 판결을 받는 데는 전자가 더 쉬울 것이다. 카카오 사태의 경우 이용자가 입은 손해를 전부 입증해 배상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 카카오가 제시하는 보상안(배상안이 아닌)을 받아들이고 끝낼 것이다. 나라를 온통 뒤흔든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3일 이용권 등이 보상안으로 운위되고 있으니, 카카오와 같은 회사에 플랫폼은 더없이 좋은 기업 환경인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즉 카카오톡이 무료인가에 있다.

최근 국내 한 사모펀드가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8조5000억원으로 산정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전국 개인택시 면허 총액 약 16조4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택시 승객 수요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가 혁신기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사고로 드러난 그 혁신기술이라는 것의 실체가 과대포장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게 됐다. 그 놀라운 기업가치 대부분은 카카오모빌리티 가입자 3000만 명과 그들이 제공한 개인정보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할 것이다.

뉴욕대 교수 클레이 셔키는 사람에게 있는 여분의 사고능력을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이 여분을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라고 했다. ‘좋아요’ , 사이트 방문 기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같은 대학의 내이선 뉴먼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인지잉여 활동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한다.

빅테크와 이용자는 양봉업자와 꿀벌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꿀의 대부분을 양봉업자가 가져가도 열심히 꿀을 채취해 저장하는 꿀벌처럼 카카오톡 이용자 역시 자신의 개인정보가 공유되고 이번처럼 사고가 나도 무료 서비스란 이유로 보상 대상에 들지 않지만, 사고 복구 후에도 여전히 인지잉여 활동을 할 것이다. 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개인정보를 받아내는 것을 16세기 신대륙 탐험가와 원주민 사이의 값싼 유리구슬을 주고 황금을 받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위해 제공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설립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에 대한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카카오가 한때 주식시장 시가총액 기준 3위에 올랐으니 개인정보가 황금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인정보를 원료로 하는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으로 엄청난 현금 유입이 있었음에도 설비투자를 게을리해 이용자 개인의 소중한 데이터 관리를 허술히 한 회사가 무료 서비스라는 이유로 카카오톡 이용자에게는 별도의 보상을 하지 않겠다고 한 발표에서 플랫폼 기업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못해 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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