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총집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김부겸 전 총리, 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정동영 상임고문까지 야권 주요 인사들이 모두 등판해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통상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출마를 앞둔 의원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 일선에서 은퇴한 이 상임고문의 기념회에 민주당의 핵심 정치인들이 대거 운집한 것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이재명의 민주당'에서도 여전한 것을 확인해 준다는 평가다.
문재인·이재명도 축사…"이해찬은 민주당의 역사"
17일 국회 박물관 2층 체험관에 열린 '이해찬 회고록 출판기념회'는 흡사 민주당 전당대회를 방불게 했다. 전직 총리 및 국회의장, 장관급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까지 참석해 이 상임고문의 회고록 출판을 축하했다. 민주당 국회의원 수십명이 참석했지만 대부분 사회를 맡은 정태호 의원으로부터 호명조차 받지 못할 정도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상임고문은 강한 추진력과 정책적 역량으로 장관과 총리를 역임하고 민주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주역이었다"며 "따라서 이해찬 회고록은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을 넘어 19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사이자 정당발전사이며 국가발전사를 담은 소중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이 상임고문은 꿈을 모아서 역사를 만들어온, 대단히 존경하는 어른"이라며 "지금까지 (이 상임고문이)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역사가 퇴행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판교 개발,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면 부작용 줄였을 것"
연단에 오른 이 상임고문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회상하며 "때로는 과격한 운동론을 갖고 행동했던 적도 있고, 때로는 개량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현실과 맞섰다"며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결국 역사발전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은 정치 경력의 아쉬움으로 '부동산'을 꼽았다. 그는 "지나고보니 정책은 기본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느낀다"며 "특히 부동산 정책 같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일수록 정책의 유연성과 사고의 깊이, 소통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으로 여당의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2000년 당시 지금의 판교 지역이 개발되기 시작했다"며 "그때 여러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잘 세웠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부작용을 훨씬 줄일 수 있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 후원한 이해찬…여전한 실세
이 상임고문은 정치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 '실세'로 불린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이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이재명 체제'에서 건제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 상임고문이 사실상 '이재명의 후견인'으로 활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상임고문은 대선 경선 중 자신의 지지조직인 '광장'을 비롯해 자신의 계파를 고스란히 이 대표 측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상임고문의 지지조직인 '광장'은 '민주평화광장'으로 확장해 이 대표의 '싱크탱크'로 기능했고, 경선 당시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는 측근 그룹인 7인회와 이해찬계, 초선 의원들이 주를 이뤘다.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캠프에 속했던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내 '변방'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데는 당내 주류였던 이해찬계의 합류가 절대적이었다"며 "이낙연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해찬이 대놓고 이재명을 밀어준다'는 불만이 나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현 지도부에도 이른바 '이해찬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조정식 사무총장 의원은 이해찬계의 좌장으로, 대선 과정에서 광장을 민주평화광장으로 재편하는 과정을 이끌었다. 정책위의장을 연임하고 있는 김성환 의원은 이 상임고문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해식 조직사무부총장은 이 상임고문의 대변인을 지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