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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없는 일본 주식 '패싱'…日 개미들도 도쿄증시 탈출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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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과거에도 엔화 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금리차가 벌어질 때마다 일본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매번 기우였고, 가계의 엔화 예금은 늘어만 갔다. 이번은 다르다는 분석이다.

엔화 자산을 외화 자산으로 바꾸는게 간단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화자산에 투자하려면 평일 영업시간에 금융회사의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했다. 현재는 자택에서 24시간 인터넷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일본에서 금융자산을 가장 많이 가진 연령층이 70대 전후 베이비붐 세대(단카이 세대)다. 일본의 전성기를 누린 이들은 해외여행과 해외제품에 익숙하다. 윗 세대와 달리 외화자산을 보유하는데 거부감이 없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시기 일본의 자본도피 가능성을 지적한 사사키 도루 JP모간체이스은행 시장조사부장은 "휘발유와 식품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를 많이 보유해 두는 편이 좋다는 발상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일본 자금이 일본 기업을 '패싱'하고 미국 기업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금융 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2021년 일본 투자신탁을 경유해 해외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8조3000억엔에 달했다. 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 주식에 투자된 금액(280억엔)의 300배에 달했다.



일본 개인투자가들의 자금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1~4월 일본의 투자신탁을 통해 미국에 투자된 금액은 1조5000억엔에 달했다. 일본에 투자된 금액은 3000억엔이었다.



일본의 개인 투자가들이 자국 시장을 떠나는 건 일본 주식의 인기가 없어서다. 2017년~2022년 5월 미국 우량주로 구성된 S&P500지수가 55% 오르는 동안 일본 우량주의 토픽스지수는 5% 올랐다.

경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미일 주식의 격차는 크다. 지난 20년간 토픽스지수 구성종목은 평균 10%를 밑돈 반면 S&P500지수 구성종목은 10% 후반대였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도 미국 상장사가 일본보다 훨씬 후하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은 일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매력적인 투자처다. 1990년부터 30년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20%, 임금은 4%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의 GDP는 3.5배, 임금은 48% 증가했다.

일본은 고령화와 재정악화 같은 국가적인 과제도 헤쳐나가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래가 불안한 일본인들 사이에서 자산을 해외로 옮겨두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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