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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이 148엔 선마저 무너지며 150엔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심리적 저지선인 150엔 선을 놓고 일본 정부와 외환 투자가들의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8.83엔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지난 14일 147엔 선이 무너진 지 하루 만에 148엔 선까지 뚫리며 32년 만에 최저치를 또다시 갱신했다.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가 24년 만에 엔화 매수 시장 개입을 시행했지만 엔화 가치는 개입 시점보다 4엔 가까이 더 떨어졌다. 올 들어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22% 폭락했다. 원화(-16.5%), 파운드화(-16%)보다 낙폭이 컸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미·일 금리차로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사키 도오루 JP모간체이스은행 시장조사부장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어지면 내년부터 일본은 20조엔 규모의 무역적자를 낼 것”이라며 “엔화 가치도 150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일본 정부가 150엔 선을 사수하기 위해 또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심리적 저지선인 150엔 선이 무너지면 1990년 기록한 최저치(160엔)가 가시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은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했다.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마이니치신문에 “매일 1000조엔이 거래되는 세계 외환시장에서 수조엔어치의 개입은 여론의 불만을 달래는 정치적 목적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엔저(低)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시장이코노미스트는 “Fed가 12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완화하면 흐름이 엔화 강세·달러 약세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90년 4월 엔화 가치는 160엔까지 하락했지만 일본은행이 금융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같은 해 8월 147엔까지 반등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