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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명인' 이준익의 SF 드라마…인간의 삶과 죽음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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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간의 기억을 재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실재일까, 허구일까.’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사진)는 보는 이에게 많은 질문을 안기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형식은 공상과학(SF)물이지만, 이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묵직한 질문들이 이를 대신한다. 영화 ‘왕의 남자’(2005) ‘사도’(2014) ‘자산어보’ 등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온 이준익 감독의 연출작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욘더는 이 감독의 첫 드라마이자 첫 SF물이다. 2011년 출간된 김장환의 소설 <굿바이 욘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엔 신하균, 한지민, 정진영, 이정은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한다. 드라마는 총 6회 중 3회만 먼저 공개됐다. 나머지 회차는 오는 21일부터 볼 수 있다.

이야기는 사망한 아내 이후(한지민 분)로부터 의문의 메시지를 받은 재현(신하균 분)이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시작된다. 욘더는 죽은 자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재현은 욘더라는 낯선 세계와 마주하며 큰 혼란을 겪는다.

이 감독이 사극에서 보여준 깊이는 SF물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삶과 죽음, 기억과 재현, 과학기술과 생명 등 인간에 관한 근원적인 주제들을 아우른다. 감독은 이런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 SF물임에도 화려한 기술을 나열하지 않는다. 가상현실(VR) 기술, 두뇌 관련 기기 등이 나오는 정도다. 이 감독은 실제 시각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기 위해 시대 배경을 원작보다 앞당겼다. 원작 소설 배경은 2040년대지만, 드라마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인 2032년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회차별 분량이 30여 분에 불과해 드라마라고 하기엔 짧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6회 분량이 1~3회보다 길다고 해도, 전체 러닝 타임은 3시간30분 안팎이다. 이 정도면 ‘호흡이 긴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묵직한 질문에 천착하다 보니 속도감도 떨어진다. 3회는 1~2회 때 나온 내용이 반복된다는 인상마저 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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