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분양가가 인근 신축 단지와 비슷해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들 모두 가격 매력이 줄어들고 있단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시세는 내려가고 있지만 분양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청약' 기대감도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내달 중순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장위동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으로, 3.3㎡당 가격은 2834만원이다. 전용 84㎡로 환산해보면 9억6000만원대 중반이다.
문제는 인근 시세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다. 같은 장위동에 있는 '래미안포레카운티'(2021년 입주·939가구) 전용 84㎡는 지난 4일 9억2000만원(15층)에 손바뀜했다. 지난 5월 거래된 11억5000만원(4층)보다 2억3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이 단지 바로 옆에 있는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2020년 입주·1562가구) 전용 84㎡도 지난 8월 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엔 12억원, 7월엔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면적대로 당시보다 1억원 이상 하락했다.
분상제 적용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추후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단지는 분상제가 적용됐음에도 인근 시세가 하락해 분양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가격 매력이 사라졌다.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중랑구 중화1구역은 내달 '리버센 SK뷰롯데캐슬'(1055가구)로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중랑구는 분상제 적용 지역은 아니다.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 관리지역이다. 3.3㎡당 분양가는 2835만원이다. 전용 84㎡로 환산하면 9억6000만원대 중반이다.
중화동 내에는 신축 아파트가 없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인근 성북구 석관동과 비교가 가능하다. '래미안아트리치'(2019년 입주·1091가구) 전용 84㎡는 지난 8월 11억1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최고가 12억75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내린 가격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울 새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오르면서 청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지만, 이제는 가격 매력이 떨어졌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면 앞으로는 '로또 청약'을 찾아보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줄면서 청약경쟁률이 하락한 건 올해 초부터다. 분상제 제외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책정된 탓이다. 지난 1월 강북구 미아동에서 분양한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전용 84㎡ 분양가는 10억원 수준, 이어 3월에 공급된 '한화 포레나 미아'는 같은 면적대 기준 11억5000만원으로 인근 시세와 비슷해 분양에 애를 먹었다.
또 다른 분양 업계 관계자는 "분상제 적용 여부를 떠나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을 넘으면서 대출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다보니 실수요자일지라도 망설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가 분석한 '반기별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28대 1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상반기 29.8대 1로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하반기(7~9월 초)에는 3.3대 1까지 추락, 상반기보다 9배 이상 감소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역시 지난해 상반기엔 평균 경쟁률이 1.1대 1을 기록했지만 △작년 하반기 26.2대 1 △올해 상반기 10대 1 △올해 하반기 2.2대 1이 나왔고, 인천은 △작년 상반기 17.7대 1 △작년 하반기 23.7대 1 △올해 상반기 22.9대 1 △올해 하반기 3.9대 1을 기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