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이렇게 말하자 큰 환호와 함께 '아미(BTS 팬덤)' 5만 여명이 응원봉으로 만든 보랏빛 물결이 크게 일렁였다.
지난 6월 단체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BTS가 4개월 만에 '완전체'로 뭉쳤다. 이날 열린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를 위해서다. BTS가 국내 콘서트를 연 건 올 3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믿음이 필요한 시점"
이번 공연은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 무료로 열렸다. 이날 안전상 이유로 관객 수를 약 5만 명으로 제한한 탓에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과 해운대 특설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전세계의 아미들도 일본 TBS, JTBC과 위버스, 제페토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안방'에서 공연을 즐겼다.화려한 폭죽과 함께 올블랙 의상으로 맞춰입고 나타난 7명의 멤버들은 '마이크 드롭' '달려라 방탄' '런' 등 강렬한 퍼포먼스로 공연을 열었다. 미국 빌보드에 차트인했던 '버터' '다이너마이트' 등 히트송도 연달아 불렀다.
아미들은 곡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불타오르네'를 부를 때는 빨간색 응원봉들이 모여 거대한 불 모양을 만들었고, '버터플라이' 때는 분홍색과 파랑색이 함께 어우러졌다. BTS가 '아이돌'을 부를 땐 세계 각국에서 온 아미들이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를 함께 외쳤다.
공연은 애초 예정시간(1시간3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마지막 곡 '포 유스'가 끝난 뒤 아미들이 10분간 '한 번 더'를 외치자, BTS는 다시 무대에 등장해 '봄날', '옛 투 컴'을 불렀다.
이번 공연은 멤버 진이 입대를 앞두고 한 마지막 콘서트라 팬들에게 더욱 의미가 깊었다. 만 30세인 진은 현행 법규상 올 연말까지만 입영 연기가 가능해 당분간 그룹 활동이 '안갯속'이다. 제이홉은 "이제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RM도 "저희 앞에 무슨 일이 펼쳐지더라도 7명의 마음이 같고 여러분이 저희를 믿어주신다면 (역경을) 이겨나가고 행복하게 공연하며 음악을 만들 것"이라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BTS 완전체 공연은 '국제행사' 급
이번 공연이 열리기 열흘 전부터 부산은 BTS 팬들을 위한 '보랏빛 도시'로 얼굴을 바꿨다. 최근 문을 연 기장군의 롯데월드 부산은 놀이공원 전체를 보라색으로 꾸몄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해운대 엘시티에서는 BTS 전시회를 열어 지난 9년간 BTS가 무대에 섰던 모습들과 무대 의상 등을 전시했다. 콘서트 당일에는 부산역, 해운대 등 곳곳에서 BTS의 상징 색깔인 보라색 옷, 마스크 등을 입은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은 마치 '국제행사'를 방불케했다. 미국, 일본, 남미,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K팝 팬들이 몰린 덕분에 부산 상권은 'BTS 특수'를 누렸다. 부산 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은 대부분 일찌감치 찼고, 에어부산이 이날 공연을 위해 운영한 일본발(發) 부정기 전세기 항공편도 90% 이상 찼다.
전국에서 BTS 팬이 몰리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새벽 KTX 열차는 일주일 전부터 매진됐다. 로이터·블룸버그·NBC 등 외신들도 일제히 BTS 완전체 공연을 조명했다.
부산=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