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월 물가 정점론’과 달리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주춤해질 줄 알았던 지난달 수입물가가 고환율 여파로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르면서다. 지난 9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3.3% 오르며 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24.1% 뛰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모임인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원유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심상찮다. 여기에 우유, 철강, 시멘트 가격 등도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와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환율, ‘10월 물가 정점론’ 위협
최근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변수로 고환율이 떠올랐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국제 유가 하락에도 고환율 여파로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정석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에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상당 품목에서 3개월 이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당장 10월 소비자물가부터 수입물가 급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게다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8.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월에 또다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0.2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벌어진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부추길 수 있다. 이는 다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10월 물가정점론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전제됐던 것”이라며 “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이달 이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들썩이는 에너지 가격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도 물가를 부추기는 악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두바이유 수입 가격은 배럴당 91.19달러였다. 지난달 27일 배럴당 84.2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초부터 90달러대로 올라섰다. OPEC+가 다음달부터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한 여파다. 시장에선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LNG 수입 가격은 지난 8월 t당 1194.59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치였던 1월(1138.14달러)보다 56.45달러 높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535.02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LNG 수급난이 벌어진 결과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을 굉장히 중요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이 5.7%(주택용 기준), 가스요금은 15.9% 오른 것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원자재 가격, 식탁물가도 불안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다. 포스코 포항공장 침수와 현대제철 파업 등으로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후판 가격은 8월 말 t당 115만원에서 9월 말 125만원으로 8.7% 상승했고, 열연강판은 같은 기간 t당 10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25% 올랐다.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다음달 15% 안팎 가격을 올리기로 하고 레미콘 업체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식탁물가도 불안하다. 낙농가와 유업체는 15일까지 원유가격 협상을 마치기로 했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마시는 우유를 비롯해 유제품과 과자 등 가공제품도 줄줄이 오른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당분간 물가가 진정세로 돌아서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