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두산그룹이 야구만큼이나 공을 들이는 스포츠 종목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를 10년 넘게 열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챔피언십’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어서다. “두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라데나GC가 두산의 품에서 떠날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가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두산은 ‘골프 마케팅’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매년 5월 열리는 두산 매치플레이에선 우승자에게 ‘이색 전리품’을 안겨주는데, 올해 우승자 홍정민(20)에게는 커피를 타주는 바리스타 로봇 ‘닥터프레소’를 선물했다. 닥터프레소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가 만드는 제품이다. 우승자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닥터프레소가 나눠받도록 한 것이다.
두산은 2018년과 2019년 우승자에게는 굴삭기를 안겼다. 골프 선수에게 주기엔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선물이다. 국내 대표 굴삭기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이었다. 우승자에게 굴삭기와 현금 중 고를 수 있도록 한 만큼 우승자들은 모두 현금을 선택했다. 2018년 우승자 박인비(34)만 빼고. 그는 당시 페트병 용기 포장재 생산업체를 운영하던 할아버지에게 굴삭기를 선물해 큰 화제를 모았다.
두산은 남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역사가 긴 디오픈 챔피언십의 공식 후원사(official patron)로 참여하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2010년부터 디오픈에 후원사로 참여했고, 올해로 13년째(2020년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 그룹 로고를 대회장에 내걸고 있다. 디오픈은 세계 약 200개국 6억 가구에서 시청하는 ‘빅 이벤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디오픈에서 두산 브랜드가 노출된 뒤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후원사를 엄격하게 고르는 디오픈에 로고를 낸 것 자체가 이미지 개선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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