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27)는 지난 6월 앱을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에 참여했다. ‘부동산은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에 조각투자 거래 플랫폼 ‘소유’의 ‘안국 다운타우너’에 한 달치 월급을 넣었다. SOU당 5000원에 공모한 안국 다운타우너 가격은 13일 3545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6.68%)를 웃도는 낙폭(29.1%)이다. 또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인 ‘비브릭’의 1호 공모 빌딩은 BRIC당 1000원인 공모가 대비 40% 낮은 600원(평균 거래가)에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주식’에 데인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 투자에 나선 부동산 조각투자에서도 울상이다. 직접 부동산에 투자할 목돈이 없는 젊은 층 사이에서 업무용 빌딩 등에 지분 형태로 참여하는 조각투자는 부동산 대체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투자자의 약 70%가 2030세대로 젊은 층 비율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서 조각투자 상품의 변동성이 암호화폐에 버금갈 정도로 커지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젊은 층 비중 70%인 부동산 조각투자
이날 루센트블록에 따르면 ‘소유’ 이용자의 69%는 20~39세다. 40세 이상 이용자는 31%에 불과하다. 20세 미만은 가입이 불가하다.젊은 층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조각투자가 암호화폐처럼 거래가 쉽고 문턱이 낮아서다. 지난 2~3년간의 집값 급등을 목격한 2030세대의 부동산 투자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영향도 크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지난 정부 시절 집값 상승기를 겪으며 ‘영끌’이 투자 키워드가 됐을 정도로 ‘부동산 신화’에 대한 신념이 강해졌다”며 “주식이나 암호화폐보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대거 몰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를 주요 상품으로 선보인 덕도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건물주가 돼 할인 등 이용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부산 초량MDM타워에 투자한 비브릭은 지난 4월 단 3일 만에 조각투자로 170억원을 모았다. 안국 다운타우너가 조각투자로 모은 자금도 53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조각투자는 하나의 건물을 여러 개의 증권으로 조각 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100억원짜리 건물에 조각투자로 참여하면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과 매각 시 시세 차익으로 배당을 받는 구조다.
○거래량 적어 파는 데 한 달 걸리기도
안국 다운타우너 600SOU를 갖고 있는 이모씨(35)는 지난 7월 전량을 팔기까지 한 달 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거래량이 적어 매도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거래량이 적다 보니 원하는 시점에 파는 게 어려웠다”며 “한 달이나 걸리는 바람에 13%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소유 안국 다운타우너의 이날 기준 하루 거래 금액은 1547만7440원에 불과하다.장점으로 꼽혀온 거래의 편의성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에서는 1000~5000원 단위까지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 매매 편의성으로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의 하루 변동폭은 1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단기 매매가 가능한 이점이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주식, 코인과 달리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씨는 “플랫폼 내 거래가가 실제 공시가와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거래량을 제외하곤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새 투자 모델인 만큼 아직 시장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전문위원은 “정말 작은 소액으로도 부동산 투자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 수요자의 기회 폭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며 “정확한 시세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거래량이 우선적으로 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