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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부터 도시 중산층 삶까지…다채로운 작품 속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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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에는 그리스로마신화의 신들이 자주 등장한다. 피터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도 그렇다. 올림푸스의 최고 신인 주피터(제우스)와 전령의 신인 머큐리(헤르메스)는 인간 세상을 살펴보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프리기아의 한 마을을 방문한다.

하지만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했고, 노부부 필레몬과 바우키스만이 그들을 유일하게 따뜻하게 맞아줬다. 이 그림에서 머큐리가 손 위에 와인잔을 공중에 떠 보이며 정체를 밝히자 필레몬은 깜짝 놀라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바우키스가 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거위를 잡으려고 하자 주피터가 ‘무리하지 말라’며 한쪽 손을 들어 말린다.

얀 스테인의 ‘바람난 신부를 둔 신랑’도 자세히 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 여관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 장면을 표현한 이 작품에선 나이 많은 신랑이 결혼식용 왕관 대신 지푸라기를 꽂은 초라한 모자를 쓰고 있다. 천장 위엔 화환이 매달려 있고, 그 사이로 사슴뿔이 나와 있다. 신부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마을 사람들은 마치 그들을 조롱하듯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 그림의 작가 스테인은 ‘네덜란드의 김홍도’로 불린다. 그는 여관을 직접 운영하면서 농촌과 도시 양쪽의 중산층 생활을 관찰했고, 그 모습을 풍속화로 옮겼다. 스테인은 도덕적 교훈을 담은 계몽적 작품도 많이 남겼다. 이 작품 역시 ‘간통하지 말라’는 교훈을 퍼뜨리기 위해 제작됐다.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십자가 모양 해시계’에도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근대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해시계는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었다. 체코 프라하의 위도에 맞춰 설계된 이 해시계는 앞면·옆면·뒷면에 따라 시간을 알려주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앞면을 보면 해가 뜨는 시간과 해가 지는 시간을 알 수 있고, 옆면은 8개 숫자판을 통해 현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뒷면은 현재 시간과 세계 시간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시계 하나에 수학, 기하학, 과학 지식이 집약된 셈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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