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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00개 크기 초거대 플랜트, 레고처럼 '척척' 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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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말레이시아 동부 보르네오섬 유명 휴양지인 코타키나발루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사라왁주 빈툴루. 축구장 100개 규모의 70만㎡ 부지에선 메탄올을 저장하는 직경 65m의 탱크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두에선 아파트 5층 높이의 거대한 메탄올 반응기 모듈이 선박에서 하역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작년 2월부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건설 중인 메탄올 프로젝트 현장이다.
○기본설계부터 EPC까지 일괄 수주
삼성엔지니어링은 2020년 11월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인 사라왁 펫켐으로부터 메탄올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를 수주했다. 2024년 3월 완공 예정으로, 이달 공정률은 73.2%다. 완공되면 하루 5000t의 메탄올을 생산하게 된다. 플라스틱, 선박유 및 산업 기자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메탄올은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친환경 연료로 불린다. 천연가스에 함유된 메탄(CH4)을 고온에서 산화시켜 생성되는 합성가스를 이용해 만든다. 말레이시아는 대표적인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사라왁주 해상에 묻혀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EPC 수주에 앞서 2018년 초 개념설계(Pre-FEED), 이듬해 4월 기본설계(FEED)를 잇달아 수주했다. 통상 플랜트 사업은 ‘개념·기본·상세설계→구매→시공→시운전→유지·보수’ 순으로 진행된다. 상세설계와 구매·조달, 시공을 일괄 진행하는 방식이 EPC다. FEED는 EPC 앞단에서 초기 설계와 견적을 내는 등 플랜트의 전체 틀을 정하는 작업이다.

정준 삼성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지점장은 “FEED와 EPC를 동시 수주하는 ‘FEED to EPC’ 전략을 앞세워 설계 최적화를 통한 비용 감축 및 공기 단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2010년대 초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저가 수주를 남발하다가 대규모 적자를 냈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앞단의 설계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것이 빛을 발했다는 설명이다.
○모듈화 등 혁신 기술 총집합
공사 현장을 총괄하는 양석민 PM은 사라왁 메탄올 프로젝트를 회사의 혁신 기술이 총집결된 장소라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기술이 모듈화다. 통상 플랜트 현장은 날씨 및 장비·인력 상황 등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과 품질을 확보, 기간 내 플랜트를 완공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넓은 야드가 있는 베트남에서 부품을 제작한 후 선박을 통해 사라왁주 공사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날도 선박을 통해 들여온 메탄올 반응기가 차량으로 이동한 후 현장에서 조립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회사 측은 철골의 74%, 배관 물량의 37%를 모듈로 제작해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PM은 “모듈화 전략 덕에 현장 인력 투입 규모가 31% 줄었다”며 “생산성이 두 배 향상되고 공기도 3개월 이상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축적된 플랜트 데이터를 앞세운 디지털 대전환(DX) 기술도 공사 현장에 적용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성을 갖춘 플랜트 명장(名匠)들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EPC 착수 전 단계부터 기자재 설계 사양을 미리 확정하고 제작·조달하는 ‘S-PEpC 전략’을 프로젝트에 활용했다. 설계 스펙이 조기 확정되면 빠른 발주를 통해 원자재 구입비용을 절감하고 공기도 단축할 수 있다. 기기 설계를 표준화해 제작 기간을 단축하는 EP+F 전략과 자체 개발한 종합관리시스템 S-AWP도 공사 현장에 적용된 대표적인 DX 기술로 꼽힌다.

사라왁(말레이시아)=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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