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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빙하기…먼저 미국으로 간 해빗팩토리의 조언 "규제 꼭 챙겨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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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국내 핀테크 업계를 보면 조마조마하다. 투자 유치에 실패해 인력을 감축하는 스타트업은 부지기수. 토스 조차 예상만큼의 투자액을 유치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의 주가를 둘러싼 논란은 말할 것도 없는 상태다. 대형 금융지주까지 금융플랫폼을 갖추면서 핀테크가 밀려나가는 모양새다. 이미 핀테크 상당수는 해외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한 금융위 관계자가 지난달 30일까지 열린 핀테크 박람회 '코리아핀테크위크 2022'를 두고 "국내 핀테크사가 해외 진출하는 것도 국부 창출"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 해빗팩토리는 지난 1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다른 핀테크보다 앞서 진출한 셈이다. 해빗팩토리는 미국 법인 출범까지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작년만 해도 국내 핀테크 업계가 총 30억달러를 유치하며 각광받았지만, 보험추천비교서비스가 주 사업모델인 해빗팩토리는 그 때가 오히려 위기였다.

해빗팩토리는 보험설계사 중심으로 짜여진 보험 유통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내놓은 인슈어테크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보험의 문턱을 낮춰 보험사와 설계사들이 가져가던 이익을 금융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게 해빗팩토리의 목표다.

하지만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보험비교추천서비스가 보험중개업으로 해석되자 중개업 라이센스가 없는 해빗팩토리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2016년 설립해 장기간에 걸쳐 준비한 사업이 통째로 날아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동익 해빗팩토리 대표(사진)은 "'이제 좀 뭔가 해보려고 했더니 본업을 못하게 막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국 진출에) 도전해본 것도 내심 그런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작년 금소법이 시행된 날짜는 9월25일. 그로부터 사흘 전인 21일 이 대표는 추석 연휴에 쉬지 않고 미국으로 열흘 간 출장을 갔다. 미국에서 기회를 찾은 해빗팩토리는 대출중개업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가 미국에서 가능성을 본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핀테크가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이 대표의 생각과 그간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소비자 이익은 고려 안해...금융업의 현실"
-처음에 통신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셨는데 보험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LG유플러스에서 IT개발자로서 맡은 마지막 프로젝트가 삼성화재와 진행한 거였어요.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우연히 보험사들이 보험을 모르는 IT 융합 전문가들을 뽑기 시작한 거죠. 메리츠화재에서 '보험 전문가 2700명이 있으니 보험산업을 한번 바꿔봐'라는 미션을 받았어요. 보험업 전반에 대한 프로세스 혁신 업무를 담당했었거든요. 5년간 보험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왜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이익만 항상 보험사의 경영 어젠다로 올라오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작 보험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이익은 한 번도 고려되지 않았거든요. 거기에 호기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우리나라 금융의 현실인가.

-통신업과 보험업, 두 산업 다 개선의 여지가 많은 산업이네요.
그렇죠. 근데 통신 같은 경우는 '즉시성'이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5g 요금제인데 1GB를 쓸지 5GB짜리를 쓸지 그 효용성을 바로바로 느끼잖아요. 통신 단말기도 출고가는 150만원씩 하지만 150만 원보다 더 내지는 않아요. 또 통신은 2년이면 끝나요.
통신보다 보험이 더 하죠. 보험은 평균 월 10만 원 내면 20년간 2400만 원을 부담해요. 보통 건강하니까 혜택을 못 보죠. 중간에 해지하고 싶을 때는 원금 일부가 날아가고요.

-얼마 전에 안 찾아간 보험금이 8000억원이라는 보도도 나왔죠.
지난달까지 분명히 소비자의 통장에서 보험료를 빼 왔다고 쳐요. 그럼 그 통장에 보험금을 넣어주면 되죠. 그런데 여러 가지 사유로 안된다고 해요.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 이렇게 세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권리관계가 복잡해지는 거죠. 그래도 보험이 만기됐을 시점에 계약자가 어떤 상태인지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연락을 한번 하면 돼요. 그런데 연락을 안 하죠. 보험료를 안 낼 때는 한 5일 지나면 빨리 보험료 내시라고 연락을 해요. 근데 끝나고 나면 문자만 소극적으로 하고요. 그걸 소비자들은 못 보고 지나가죠. 수십년 만기 보험상품을 고를 때도 용어도 잘 모르는채로 가입을 하고요.


규제에 닫힌 사업길...'발품'으로 美 주담대 틈새시장 뚫어
-국내 보험비교추천서비스(시그널플래너)를 오랜 기간 준비하셨고, 막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미국으로 진출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작년 9월에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법)이 발효됐잖아요. '뭔가 좀 해보려고 했더니 국가에서 정말로 우리 본업을 못하게 하나'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미국에서 도전해보자는 속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보험비교추천서비스에 대해 가능성을 보셨나요.
원래는 저희가 미국에도 동일한 사업 모델을 들고 가서 열흘간 보험업 관계자들을 만났어요. 미국 18개 보험사, 보험판매 대리점 대표님들과 만났습니다. 보험사와 판매대리점의 설계사, 보험 고객들과도 미팅을 가졌어요. 결론은 당장 미국에 가서 보험추천비교서비스를 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미국의 여러 보험 회사들과 제휴를 맺어야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할 수 있잖아요. 제휴 맺는 게 쉽지 않아요. 두 번째 문제는 사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고정비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3개월이 아니라 2~3년간 준비해야한다는 거였어요. 1000페이지가 넘는 보험약관이나 설명을 다 한국어로 다 번역을 해야 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
'고객의 입맛에 맞는 보험상품을 직접 만들어 팔거나, 아니면 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과감하게 접은 거죠. 우리가 중간에 보험사의 상품을 가져다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징해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을 한 거에요.

-저 같으면 바로 돌아왔을 것 같은데요.
그러고 돌아왔어야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잖아요.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뭔가 정리를 해보면 오프라인에서 금융 지주 회사들이 은행이라는 물리적인 플랫폼을 하나 만들어 놓고 거기서 예적금, 방카슈랑스, 증권, 외화, 신탁 다 하잖아요. 이제 온라인으로 누가 올려낼 거냐. 사실상 이 싸움을 지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호기심 때문에 대출모집법인을 만났던 것 같아요. 가만 봤더니 미국인들은 모기지를 받으면서 되게 힘들어 하는 거에요. 은행 가는데 내가 그들의 물건을 사러 가는 거잖아요. 반대로 미국의 그 모기지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대출모집인)을 만나봤더니 너무 잘 사는 거에요. 한국에서 주담대 공부를 많이 해간 게 아니고, 오히려 발로 뛰고 나서 알게 된 거죠.

-미국에선 대출모집인들이 많이 버나보군요.
상상을 초월해요. 저도, 기자님도 한국에서 이런 샐러리맨을 하면 안 됐어요. 저렇게 대출 하나 해주고 돈을 많이 번다고? 그런 호기심이었죠.
미팅을 했더니 보험하고 구조가 똑같이 닮아 있는 거에요. 보험은 비싼 보험을 팔아야 본인한테 소득이 많이 남잖아요. 미국은 고객들한테 금리를 높게 팔면 수수료가 많이 나와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험료가 높다 혹은 낮다라는 기준을 모르잖아요. 미국인들은 주담대를 받으면서 금리가 높다, 낮다를 모르는 거에요. 그 금리가 0.125% 높아질 때마다 본인들이 받는 수수료 금액이 0.25%씩 높아져요.
단순하게 연 5%로 고객들한테 대출이 나갈 때 제가 1% 수수료를 받는다고 쳐요. 연 6%의 대출을 해주면 제가 한 2.5%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럼 고객들은 그런 사실을 알고 대출을 받을까요. 그 대출 정보가 깜깜이에요.
한국에서 주담대에 붙는 수수료는 평균 0.1%밖에 안 돼요. 근데 미국 갔더니 기본 1%에서 4%가 나와요. 2분기에 많이 줄었는데도 8000억달러 규모 시장이에요. 미국 주담대 시장에서 가장 큰 회사가 원래는 웰스파고 은행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로켓 모기지가 1등이에요. 한 5년 사이에 급성장을 했고 웰스파고를 이겼어요. '저런 회사가 기존 전통 은행을 이겨가는구나.' 그런 생각에 우리한테도 기회도 있겠다 싶었죠.

-모기지론 회사가 크는데 중개업체가 필요한가요.
저희도 로켓 모기지 비롯해 8개 금융사 모기지가 있어요. 보험업은 제휴 맺기가 참 어렵지만, 로켓 모기지는 상대적으로 쉬웠어요. 모기지론 회사들은 지점이 없잖아요. 오히려 로켓모기지가 3시간동안 화상미팅으로 브리핑을 했어요. '우리 로켓 모기지는 브로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의 서포트를 하겠다'는 메시지였죠.
미국의 트러스트 사회가 어떤 측면에서는 중국 관치보다 더하면 더하다고 하죠. 옆집 사람하고 정말 끈끈해요. 그래서 전구도 하나 고치는데 한 200달러 달라고 그러잖아요. 한국에서는 2만 원이면 고칠 건데 미국 사람들은 그냥 내는 거에요.

-그런 사람들이 비대면 대출을 받을까요.
두 가지 이슈가 있다고 봤어요. 첫 번째는 '저 회사는 사기꾼 아니야.' 두 번째는 '6%라고 해도 광고지 들고 막상 가보면 7%야'라는 거죠. 세 번째는 '우리 옆집 아저씨한테 하지 왜 내가 너희한테 하겠냐.' 이런 걱정이 있었어요.
우리의 강점은 고객의 금리 낮추고, 업무 빨리빨리 처리해 주는 거죠. 또 그 나라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 이 세 가지를 강점으로 삼아 한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금리경쟁력도 갖췄어요. 수수료를 2% 받을 걸 1%만 받으면서 고객이 부담하는 금리를 줄이는 거죠. 한국 해비팩토리 팀에서 IT 개발은 다 맡았고요. 제가 미국에 있으면서 전체 프로세스 기획하고 3월 1일에 런칭했죠. 3월에 저희가 300만 달러, 4월에 500만 달러를 대출했어요. 5월에 900만 달러를 대출하니까 어느정도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모기지론 업체로 전환...대출금리 낮춘다"
-기준금리가 많이 올랐는데도 성장을 이어갔네요.
6월부터는 좀 떨어졌죠. 저희는 이 상황을 계속 테스트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미국의 수많은 모기지사들은 기존 인력의 50% 해고는 기본이에요. 남아 있는 50%도 기존 연봉 50% 삭감입니다. 길게 보면 물론 미국에서도 5~60대는 아마 옆집 아저씨한테 대출받을 것 같아요. 하지만 미국 젊은이들은 어떨까요. 소파이나 업스타트, 레모네이드 같은 핀테크를 보면 20대와 30대가 디지털화된 금융 상품을 구매해요. 점점 미국에 집을 사는 나이대도 점점 내려오고 있습니다. 앱은 하루에 한 300명에서 한 500명 정도 방문을 해요.

-미국엔 대출비교서비스가 없나요.
미국에도 뱅크레이트처럼 비교해 주는 데가 있어요. 사실 고객들의 전화번호를 획득하는 채널이에요. 정확한 금리는 안 가르쳐주면서 저한테 전화로 연락이 와요.
저희는 미국 서비스 보시면 전화가 없어요. 시그널 플래너(해빗팩토리의 국내 보험비교추천서비스)가 고객들한테 전화를 한 번도 안 했던 것처럼요.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저희가 수집하지 않아요. 그게 결과론적으로 고객들한테 설득이 되지 않을까 저희는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은 친구들끼리도 전화를 잘 안 받아요. 모르는 번호는 다 스팸로 간주해요. 한번 미국 대출비교업체에서 조회해보면 한국 번호까지 전화가 올 정도니까요. 해빗팩토리가 국내에서 하고 있는 실시간 상담 기능. 이 자체가 정말 고객들한테 큰 메리트가 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상담한다고 돈을 추가로 안 내도 되고, 언제든 물어볼 수 있잖아요.

-올해 목표가 있으신가요.
아무리 고객들로부터 데이터를 받는 게 자동화돼 있다고 해도 모기지론업체에 서류를 넘기면 심사하는 데 평균 15~30일이 걸려요. 사실 대출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구조죠. 저희는 7일 정도로 당기려고 하고 있고요. 심사기간을 줄이려면 우리 스스로가 모기지론 회사가 돼야해요. 그래서 전환을 검토하고 있어요. 모기지업체가 되면 중간에 저희 같은 브로커 회사한테 주는 수수료가 빠지잖아요. 수수료가 빠진 만큼 고객들한테 금리를 더 낮출 수가 있습니다.


"인력·자본 갖춰놔도...규제 준비 안하면 허탕"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미국의 소비자가 겪고 있는 문제점이 뭔지는 설문조사를 해서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미국 사람들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모기지론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 전혀 몰라요. 내가 한 달에 1만 달러 소득이 있는데 3000달러를 모기지론 원금상환해도 그냥 믿고 가는 거에요. 내가 3000달러를 내는 게 맞는 건지 의심하지 않죠.
그런데 이제 점점 소득이 줄어들 수도 있고 걱정이 되잖아요. 그 나라의 고객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뭐가 만들어져야 되는지, 만들려고 하는 서비스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 역량이나 어떤 경험이 있는지를 판단해야할 것 같아요.

-규제는 어떤가요.
두 번째가 규제죠. 미국은 주별로 규제가 달라요. 특히 금융은 그런 규제들을 파악하는 게 정말 어려워요. 예를 들면 금융사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요건을 정리한 문서조차 찾기가 까다롭죠.
사업을 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라이센스를 못 받으면 1년, 3년이 지나가요. 라이센스를 취득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의 회계법인 수준을 찾으려면 미국의 글로벌 회계 펌을 가야 돼요. 그런데 예를 들어 사업자금을 10억원 들고 가서 사업을 하려고 하면 그들한테 10억 다 줘야 합니다. 미국에서 법인 설립할 때 비용이 얼마 드냐고 묻는다면, 천차만별인 거죠.
한국에도 미국 법인 설립 대행하는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이 꽤 있습니다. 그분들한테 의존하는 것도 맞을 거에요. 하지만 그분들도 미국에 있는 회계사나 변호사를 통해서 일을 처리하세요. 저희는 미국 가서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신 거군요.
실제로 많이 겪었죠. 저희는 델라웨어에 법인을 차렸어요. 현재 캘리포니아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대출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조지아 위주로 하고 있는데요. LA에 계시는 회계사님들이나 변호사님들은 델라웨어주나 연방법은 잘 모르세요.
사실 KOTRA 같은 곳에서 도움을 주면 참 좋을 거에요. 하지만 주한 미국대사관 상무국에서 미국 진출을 많이 돕죠. 미국에 계신 상무관님들 소개도 받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이해가 엇갈리니까요. 가령 '델라웨어에 세금이 정말로 없나요.' '델라웨어에서 세금을 안 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같은 질문을 할 순 없잖아요. 실상은 세금이 없지 않거든요. par-value(액면가)를 잘못 설정하면 법인 설립하자마자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나와요. 그걸 사실 회계사님들이나 변호사님도 잘 모르세요.

-기관에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기관에 물어보면 안 돼요. 사실은 물어볼 전화번호를 찾기도 어려운 거죠. 전화 연결 자체도 어려워요. 전화 한번 하려면 2~3시간은 들고 있어야하니까요. 전화로 연결돼도 부서 업무가 아니라고 하면 답이 없어요. 캘리포니아 주에서 모기지론 담당하는 부서가 새크라멘토에 있어요. 정말 급하면 제가 LA에서 새크라멘토까지 차로 한 5시간동안 가요. 그런데 방문제출이 금지돼 있다는 겁니다. 무조건 우편물로 내라고 하죠. 미국에선 우편물도 보내는 데 10일이 걸리는데, 우편물이 왔다고 업데이트하는 데도 한 달이 걸립니다. 완전히 깜깜이에요.
미국의 행정 당국에 익스프레스라는 제도가 있어요. 돈을 더 주면 업무를 빨리 처리해 주는 거죠. 저희가 익스프레스를 이용했음에도 늦었어요. 저희도 가자마자 런칭 작업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런칭하기까지는 4개월 걸렸죠. 사실상 허가제 비슷하게 운영하는 한국이랑은 다르게 등록제인데도 그만큼 걸린 거에요.

-다른 애로사항은 있나요.
마케팅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미국에서 거주를 하거나 이랬던 경험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마음을 모르죠.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좋은 마케팅 컨텍스트인 것 같아도 미국인들에게는 반응이 없을 수도 있죠. 내린 결론은 미국 직원들을 채용하는 거에요. 현지 직원들은 전원 한국계 미국인들이에요. 초등학교~대학교까지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미국 넘어가서 20~30년 되신 분들이요. 하지만 100% 미국 주류 사회를 이해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 걸 커버하기 위해서 모기지업체로 전환을 할 때 미국인들을 대폭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채용도 큰 숙제죠. 한국 분들은 그래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은 알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정서가 달라서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저희가 미국에 가서 로켓모기지 같은 회사들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싸워야하는데, 그들이 놓치고 있는 건 고객 하나라고 봤어요. 금리 낮춰주고, 업무 처리를 빨리 해주고 하는 거죠. 시장 규모도 충분히 있고요.
미국 진출하려고 하는 분들도 준비만 잘 되면 기회는 한국보다 더 있다고 봐요. 한국 분들이 정말로 열심히 하시고요. 저희 또래 미국 직원들한테 들어보면 유럽 사람들 일 안 한다고 뭐라고 불만이 많아요. 근데 저희가 봤을 때는 미국 직원들이 일을 안하거든요.

-앞으로 몇 개월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내년 연말까지는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라고 봐요. 모기지 업체로 전환만 안했을 뿐이지 이미 라이센스도 갖춰놨고요. 전체 주를 대상으로 모기지업을 준비할 계획이에요. 일단은 초단기 공급망 금융을 이용해서 모기지론을 할 생각이고요. 사실 모기지업체도 종류가 많은데 어떤 종류가 있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파악하는 게 한국에 있으면 더 어려워요. 구글에 서치되는 게 거의 없거든요.

-근데 미국에는 안 가세요.
지난 1년 중에 5개월은 미국에 있었어요.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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