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해 받아들인 이민자 수가 전년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이 열리면서 지난해 이민자 수용을 늘렸다. 선진국이 인재 확보를 위해 이민자 유치에 나서는데 한국만 거꾸로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 이민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영구 이주한 인구는 5만600명으로 추산됐다. 2020년 5만3600명보다 5.5% 감소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7만4600명과 비교하면 32.2% 줄었다.
반면 대부분 OECD 회원국에선 이민자 수가 급증했다. 이민자 통계가 있는 35개국이 받은 이민자 합계는 2020년 391만5200명에서 지난해 479만6200명으로 22.5% 늘었다. 표준화된 통계가 존재하는 24개국 기준으로 25.2% 증가했다.
취업이민이 45% 증가했다. 국제결혼 등 가족이민도 증가 폭(40%)이 컸다. 별다른 이유 없이 거주지를 옮기는 자유이민은 17%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로의 이민이 많았다. 캐나다는 지난해 40만1100명의 이민자를 받았다. 2020년보다 117.3% 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34만1200명)을 뛰어넘었다. 가장 많은 이민자가 유입된 곳은 미국이었다. 83만3900명이 미국행을 택했다. 2020년 58만1600명에서 43.4% 늘었다. 이탈리아(82.3%)와 영국(51.4%)도 이민 증가율이 높았다.
지난해 이민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 정도였다. 코로나19로 국경을 걸어 잠근 일본(-37.3%)과 아일랜드(-10.4%) 정도만 한국보다 이민자 감소율이 더 컸다.
OECD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이민자 수가 늘어난 이유로 선진국의 적극적인 이민확대 정책을 꼽았다. OECD는 “고학력자와 잠재적 투자자 등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과 저숙련 노동자 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는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이를 위한 정책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어 교육과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서 빨리 안정적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선 이민 장벽으로 작용하는 인종차별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해외 유학생 유치를 통한 외화수입도 적지 않다. OECD에 따르면 각국이 해외 유학생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업료와 숙박비 등 외화수입은 2010년 50조유로에서 2019년 110조유로로 뛰었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지방 소멸’ 위험도 커지는 만큼 해외 고급 인재와 저숙련 노동자 유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인구절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이주·이민정책 컨트롤타워인 이민청 설립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늘어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팀 회의에서 “중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방안 등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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