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GW 개막 다음날인 9일에는 UEGW의 여러 프로그램 중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산업 프로그램(industry programme)’이 마련됐다. 이 행사는 11일까지 3일간 열린다.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한 100여개 기업이 소화기 관련 질병의 최신 임상 연구와 치료제 개발 동향 등을 발표한다. 셀트리온그룹과 엠아이텍 등 국내 기업들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기업이 주목한 장질환 타깃 ‘JAK’과 ’IL-23’
2년 만의 오프라인 행사인 만큼 올해 제출된 초록 수는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행사 참여 기업은 약 100곳이다. 일라이 릴리와 얀센, 다케다, 애브비 등 글로벌 기업은 부스 외에도 대규모 심포지엄과 소규모 세미나 등의 발표 형식으로 회사의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소개할 예정이다.이들 기업이 3일간 발표에서 주로 다루게 될 적응증은 ‘염증성장질환(IBD)’이다.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소화기관의 점막이 괴사하며 장 내에서 만성 염증이 비정상적으로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게 된다.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치료제 표적(타깃)은 크게 ‘야누스키나제(JAK)’와 ‘인터루킨23(IL-23)’ 두 가지로 압축됐다. 기존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외에 새로운 선택지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염증성장질환은 아직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미충족수요 시장으로 분류된다.
애브비는 이날 오후 1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심포지엄을 열고 JAK 억제제인 ‘린보크’(성분명 우파다시티닙)의 궤양성대장염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린보크는 지난 7월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궤양성대장염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애브비 측은 “린보크가 3상에서 1차 지표로 설정된 궤양성대장염 질환 척도 ‘메이요 점수(Mayo Score)’를 충족시켰다”며 “점막 치유 효과 등을 포함한 2차 지표도 달성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갈라파고스는 10일 JAK 억제제의 궤양성대장염에 대한 치료 효과를 소개한다. 회사는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지셀레카’(성분명 필고티닙)를 보유하고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개발된 이 약은 지난해 11월 역시 EC로부터 궤양성 대장염 확대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도 이날 회사의 JAK 억제제에 대해 발표한다.
IL-23 타깃 치료제 발표 기업으로는 얀센이 나선다. 10일 얀센은 IL-3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효능을 소개한다. 애브비는 JAK에 이어 IL-23 억제제에 대해서도 발표한다. 회사의 크론병 치료제 ‘스카이리지’(성분명 리산키주맙) 임상 3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 밖에 바이오젠은 TNF-α 타깃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주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데이터를 포스터 초록 형태로 공개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시밀러 ‘임랄디’의 유럽 판매사다. 바이오젠은 초록을 통해 “연간 치료 지속 기간 및 이상 반응률 평가 결과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다만 이번 평가에는 임랄디를 포함한 2개 이상의 휴미라 시밀러가 활용됐다.
유럽에 기술력 알리는 K바이오
이번 학회에는 국내 기업들도 참가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부스 전시와 함께 행사 둘째날인 10일에는 세미나와 심포지엄 두 가지 발표 자리에서 ‘램시마 피하주사 제형(SC)’과 ‘유플라이마’를 소개한다. 두 약 모두 이 회사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이날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램시마’의 제형 변경(정맥주사(IV)->SC)의 장점을 공유한다. 10일 이 제품의 주요한 ‘리얼 월드 데이터’를 발표한다. 램시마SC는 2019년 유럽 EC로부터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최초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엔 염증성 장질환으로도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아울러 세계 최초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의 처방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신약 개발사들 일색인 현장에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기존에 UEGW는 신약 개발사들 위주로 초청했으나 점차 소화기내과 부문에서 의료기기 산업의 입지가 확대되며 최근 의료기기 업체의 참여도 늘고 있다. 국내 비혈관 스텐트 시장점유율 1위인 엠아이텍은 매년 UEGW에 참석해 회사의 신제품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제우스 아이티(ZEUS IT)’를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식 소개했다. 제우스 아이티는 췌장 가성낭종 및 담낭을 전기로 지진(소작) 뒤 흘러내리는 췌장액을 빼내는 배액 스텐트다. 지난 5월 유럽 규제당국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향후 유럽 내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협력사(파트너사)들에게 제품을 교육하는 동시에 가격 협상도 진행 중이다.
제우스 아이티의 차별점은 편의성에 있다. 시판된 다른 배액기기들은 의사를 도와 스텐트의 위치를 조정해줄 보조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 제품은 의사가 한손으로도 혼자 시술이 가능하다. 덕분에 시술시간이 줄고 보조인력과의 호흡 부족에 따른 부작용 위험은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주력 제품인 ‘멀티홀 스텐트’도 함께 홍보했다. 담관에 암 혹은 염증이 생기면 조직이 부풀어올라 담관에서 배출되는 소화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한다. 멀티홀 스텐트는 부풀어 협착된 조직 사이에 끼워 소화즙을 배액하는 스텐트다. ‘멀티홀(multi-hole)’이라는 이름처럼 스텐트 표면을 감싼 실리콘에 수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흘러내리는 담즙이 스텐트의 주 통로 외에 이 구멍들로도 동시에 빠져나오도록 한 것이다. 곽재오 엠아이텍 영업마케팅본부장은 “이 같은 시도를 한 건 엠아이텍이 최초”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지난 7월 비혈관 스텐트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일본 규제당국의 허가도 받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담관용 스텐트는 크게 스텐트 주변을 실리콘 등으로 감싼 피막형과 감싸지 않은 비피막형 두 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피막형은 조직과의 마찰이 적어 스텐트를 고정시키기 어렵고, 비피막형은 스텐트 와이어의 틈 사이로 조직이 돋아난다는 단점이 있었다. 멀티홀 스텐트는 이들의 중간 단계로 각각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적응증도 확대한다. 췌장암과 간암 등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엠아이텍은 멀티홀 스텐트 유관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을 약 20%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 매출은 미국을 빼고도 연간 약 500억원으로 7000여가지 세부 품목을 보유한 소화기내과 스텐트 전체 시장이 약 1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단일 품목으로썬 작지 않은 규모다.
엠아이텍은 이날 두 제품의 처방 데이터도 공개했다. 약 2시간의 세미나를 통해서다. 제품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수들을 초청해 사용 경험을 공유했다. 박진석 인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의료기기 사용 시 가장 중요한 게 안전성과 시술 편의성”이라며 “엠아이텍 제품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 환자의 시술 부담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사가 기대를 걸고 있는 또다른 제품인 ‘생분해성 약물방출 스텐트’ 개발도 순항 중이란 설명이다. 스텐트가 약물을 방출하면서 동시에 일정 시간 후 체내에서 녹는 두 가지 기능의 제품이다. 2024년 임상을 마치고 2025년 국내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상용화된 비혈관 생분해성 약물방출 스텐트는 전무하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