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즐겨 이용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일본에서 먹거리부터 옷까지 다양한 물품을 사들이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확실히 가격이 싸졌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는 (일본에서) 컵라면과 젤리 등 식품류를 주로 구입했는데 최근 패션 아이템 등 고가 제품도 사고 있다. 유명 주름옷 브랜드 스커트는 국내 정가보다 20만원이나 저렴한 제품을 '득템'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년에는 연말을 앞두고 '블랙 프라이데이'(미국의 최대 할인 행사)를 노렸겠지만 올해는 달러 환율이 워낙 올라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역대급 '엔저(低)'로 일본에서 쇼핑하는 직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0% 넘게 추락하면서 일본 직구 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다.
10일 코리아센터가 운영하는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에 따르면 엔저 현상이 본격화한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해당 플랫폼의 일본 직구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1% 늘었다. 통계청이 집계한 2분기 일본 직구 규모도 10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1% 뛰었다.
2분기 원·달러 환율 급등 여파로 전체 해외직구 규모가 1분기보다 5.1% 감소한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일본 직구 증가는) 2분기 미국과 유럽 직구 금액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원·엔 환율이 연초 1030원대에서 970원대로 낮아진 결과란 분석이다. 이달 6일 기준 달러당 엔화 가치는 144.87엔으로 지난해 말(115.07엔) 대비 26%가량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 급성장한 골프 관련 용품과 함께 꾸준한 인기 아이템인 먹거리 등을 일본에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테일에 따르면 일본 직구 인기 품목으로는 '켈러웨이'의 골프채와 골프장갑이 상위에 꼽혔다. 주류 중에는 와인 '사시까이아 2018', '티냐넬로 2018'과 함께 위스키 '히비키', '글렌파클라스 105' 등이 인기 제품 명단에 올랐다.
꾸준한 인기 품목인 '코세'의 화장품과 '모로칸오일'의 모발 관리 제품, '닛신'의 컵라면 '키코만' 간장 등도 많이 팔려나갔다.
일본 직구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비싸진 일본 항공권 가격이 일조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달 일본의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자유여행 수요가 늘고 있지만 항공권 공급 수준은 코로나19 이전에 못 미친다. 항공권 가격이 2~3배 뛴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일본 먹거리로 '대리만족'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B씨는 "주말 자유여행을 계획했다가 인천~도쿄(나리카) 항공권 가격이 60만원 후반대라 여행을 포기했다. 코로나19 전보다 3배 수준으로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B씨는 "우선 센베와 쿠키 등 일본에서 먹거리를 직구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로 인한 쇼핑 수요가 꿈틀거리자 유통가에서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직접구매 온라인쇼핑몰 '엘디에프바이(LDF BUY)'에 일본직구관을 열었다. 인기 일본 상품 250여 개를 일본직구관에서 선보인다. 롯데쇼핑의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은 9~11일 '직구온데이'를 진행하며 역대 해외직구 인기 상품 재고를 확보해 할인 판매한다.
롯데온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구매하기 어려운 '텐트마크디자인 서커스 TC DX 샌드'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등 일본 직구 제품을 선보인다"고 귀띔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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