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로 주력인 TV 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생활가전(H&A)과 전장부품(VS)은 성장을 지속하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액을 써내는 데 힘을 보탰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7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했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조1714억원으로 14.0% 늘었다.
역대 분기 최대 매출액으로 증권사 전망치(20조1686억원)를 크게 넘어섰다. 다만 영업이익은 추정치(8685억원)를 밑돌았다. 지난해 3분기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 리콜로 480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든 셈이다.
원자재값 상승과 물류비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아울러 글로벌 TV 수요 하락이 장기화 되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마케팅 비용은 확대되고 있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위주로 TV를 판매하는 LG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중요한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선진 시장에서의 TV 수요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TV 출하량 반등은 빨라야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내년 2~3분기께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날 LG전자는 사업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H&A 3440억원, 전장부품(VS) 480억원, 비즈니스솔루션(BS) 270억원, TV(HE)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전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됐으나, 북미를 중심으로 LG 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 제품의 매출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경아 KB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H&A 분야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졌다"며 "3분기 전장부품 매출도 30%대 성장을 지속해 2분기에 이어 500억원 규모의 흑자 기조를 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