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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 '황금 인맥'…창업자는 삼·네·카, VC는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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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인맥(人脈)을 중시한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중심으로 뭉친다. 해외에서는 네트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능력이나 성과를 무시한 ‘친목질’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업계에서 인맥은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인들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로 독려하고 자극을 주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있다.
삼성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 가장 많아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특정 회사 출신이 많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경력이 있는 창업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2012년 도입한 사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59개 회사가 C랩에서 분사했다. 불면증 치료제를 개발한 웰트의 강성지 대표, 5세대(5G) 이동통신용 웨어러블 360 카메라를 만든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 등이 C랩 출신이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스타트업업계의 주요 인맥 발원지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가 대부분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회사 경력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된다.

네이버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다채롭다. 핑크퐁, 아기상어 등 유아용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더핑크퐁컴퍼니의 김민석 대표, 직장인 대상 익명 SNS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문성욱 대표,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출신 유망 스타트업 대표들은 상당수가 카톡방에서 꾸준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카카오 사원번호 800번 안에 드는 카카오 초기 멤버들이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 이승준 어메이즈VR 공동대표, 김성용 남의집 대표 등이 카카오 출신이다.

설립된 지 10여 년밖에 되지 않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출신 스타트업 창업자도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 푸드테크업체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운영사 단추로끓인수프의 최정이 대표 등은 우아한형제들에서 함께 근무했다.
심사역 사이엔 ‘84년생’ 동갑 모임
국내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는 KAIST 출신을 중심으로 막강한 인맥이 형성돼 있다. 170여 명이 소속된 KAIST 출신 모임은 박하진 HB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주도해 이끌고 있다.

회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박 대표 이전엔 임형규 인터베스트 부사장,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투자부문 대표 등이 회장을 맡았다. 현재 임원진으로는 박 대표를 비롯해 최형규 데브시스터즈벤처스 대표, 신현준 인터베스트 상무 등이 있다. 또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등도 주요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유주현 포스텍홀딩스 대표, 안근영 LB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윤영민 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변준영 컴퍼니케이 부사장 등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출신도 VC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신세계 계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문성욱 대표가 대표적이다. 문 대표는 CVC 설립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함께 일한 임정민 전 500스타트업코리아 대표파트너를 투자총괄로 영입했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도 소프트뱅크벤처스 출신이다. 두나무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의 이강준 대표와 신동석 어센도벤처스 공동대표, 손구호 전 무신사파트너스 대표도 ‘소뱅맨’이다.

스타 투자심사역 사이에는 나이별 모임도 있다. 공식 모임이 아니더라도 종종 ‘황금 인맥’이 된다. 대표적인 게 1984년생 심사역들이다. 손호준 스톤브릿지벤처스 이사, 변준영 컴퍼니케이 부사장,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 오지성 뮤렉스파트너스 부사장 등이 있다.

손 이사는 우아한형제들, 직방, 쏘카 등을 초기에 발굴했다. 변 부사장은 직방, 리디, 뤼이드, 샌드박스네트워크, 원티드랩 등의 투자를 주도했다. 김 부사장은 컬리, 와디즈, 크래프톤 등에 투자했다.
“함께 자동차 경주대회도 나간다”
취미로 모인 스타트업업계 모임도 눈에 띈다. 창업자들의 카레이싱 모임인 ‘이레이싱팀’이 대표적이다. 연쇄 창업자로 유명한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임정민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상무,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이정웅 전 선데이토즈 대표, 홍민표 에스이웍스 대표 등이 2011년 결성했다.

팀 결성 이후 윤반석 전 서울스토어 대표,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김상우 쏘카 데이터비즈니스본부장, 윤동희 아씨오 대표 등도 합류했다. 회원 가운데 일부는 ‘현대 벨로스터 N컵’ 같은 카레이싱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독서 모임도 있다. ‘토요일랩’은 토요일에 서울 논현동 카페에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읽는 모임이다. 모임을 이끄는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는 “바쁜 스타트업업계 사람들과 속 편히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안 대표를 비롯해 한성배 짐싸 대표, 박찬후 긱블 창업자 등이 정규 멤버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한국의 국가번호 82를 딴 ‘82스타트업’이라는 한국인 창업자 모임이 있다. 2018년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 주도로 창업자 9명이 저녁 식사를 하다가 만들었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이주환 스윗 대표, 안익진 몰로코 대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등이 82스타트업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김주완/허란/이시은/김종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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