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으로 문인들이 모여들면서 피란문단의 꽃이 핀 대구의 문학 성지 57곳을 8개 테마로 엮은 대구문학로드가 국내 문학 관광의 보고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문학관(관장 하청호)은 한국 근현대문학과 문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문학 여행 프로그램을 기존 3개에서 8개로 확대 운영한다고 4일 발표했다. 대구문학관이 있는 중구 향촌동 일대는 이상화, 현진건, 이장희, 나도향, 이육사, 유치환,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과 이어령, 김원일, 이문열 등 한국 근현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문인들이 태어나거나 활동한 곳이다.
문학 향기 피어나는 향촌동
전후 문인들이 대구로 모여들면서 대구문학관을 중심으로 한 향촌동 일대는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게 됐다. 이들의 활동 무대였던 대지 바, 꽃자리다방, 감나무집. 우현서루, 264작은문학관, 현진건 처가 터, 이상화 생가, 무영당, 상고학원 터, 2·28 김윤식 시비, 대구형무소 터, 계성고, 달성공원 이상화 시비 등은 대구 관광의 중심지로 재탄생했다.대구문학로드는 대구문학관 운영을 맡고 있는 작가콜로퀴엄이 지역 작가와 향토사학자 등 전문가의 연구와 답사, 논의를 거쳐 기획했다. 박미영 대구문학관 기획실장(시인)은 “대구는 시민과 함께 문학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곳”이라며 “지금도 각지에서 문학로드를 탐방하러 전세버스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꽃자리길, 다방길 등 8개 코스 운영
대구문학로드는 꽃자리길, 향수길, 구상과 이중섭길 등 8개의 길로 구성됐다. 제1코스 ‘꽃자리 길’은 6·25전쟁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예술인들의 메카였던 향촌동 일대를 조명하는 코스다. 전쟁의 참화를 기록한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린 꽃자리다방, 백조다방, 화가 이중섭이 은지화를 그리던 백록다방, 대구로 내려온 종군작가단(문총구국대)의 활동 거점이던 감나무집 등을 둘러본다.제7코스 ‘다방 길’은 과거 작가들의 집필실이자 출판기념회 등이 열린 문화 공간으로, 문인과 예술인들이 교류하며 영감을 얻는 장소였던 향촌동 일대 다방으로 안내한다. 김춘수 시인이 즐겨 찾은 세르팡 다방, 시인 조지훈 <풀잎단장>, 김소운 <목근통신>, 유치환 <보병과 더불어>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향수다방, 그랜드피아노가 마련돼 있어 수많은 문화예술인의 사교장으로 유명했던 백조다방 등을 포함한다.
하청호 관장은 “내년에는 ‘피란문단 선술집 길’ ‘7080 문청길’ 등을 추가해 외국어 해설을 포함한 안내자료를 보완하고, 개별 거점에 QR 코드를 부착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 홀로 문학로드 탐방도 가능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문학로드의 모든 코스는 대구문학관에서 출발한다. 코스당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