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를 벗은 배우 이상보가 심경을 밝혔다.
이상보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졸지에 마약 복용자가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상보는 “평상시에 우울증 등의 치료목적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명절이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라는 쓸쓸함에 맥주 한 캔 반을 먹은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며 신경안정제에 맥주까지 먹은 것이 비틀거리게 된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상보는 “뭔가 섭취를 하러 나갔지만 식당 문이 다 닫혀 편의점에서 요기 할 것들을 샀다. 그날 유독 날씨가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 형사들과 지구대에서 오신 분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주민의 신고가 들어갔다고 하더라”라며 자신이 비틀거리면서 거리를 걷는 모습을 본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보는 “경찰이 대뜸 ‘이상보씨죠?’라며 마약 얘기를 해 저는 ‘마약을 한 적도 없다’고 했지만 간이 키트기로 검사를 한 뒤 양성이 뜨자 긴급 체포해야 될 상황이라며 바로 저한테 수갑을 채우고 제 의사와 상관없이 집을 수색했다”며 “발견된 건 제가 평상시에 복용하는 신경안정제였다. 제가 신경정신과 약이라고했지만 저를 근교 종합병원으로 데려갔다”고 했다.
간이 키트기에 양성 반응이 나온 까닭에 대해선 신경안정제 복용 때문이라고 한 이상보는 “저를 긴급 체포한 뒤 더 확인하기 위해서 종합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검사를 받게 했다”며 “오랜 시간 소변 검사, 피검사, MRI, CT 촬영, 내시경 검사까지 다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주치의 선생님이 ‘네거티브’라고 음성 소견을 (말하는 것을) 들은 그다음부터는 제가 얘기를 못 들었다”며 “(종합병원) 검사 결과를 형사들은 분명 다 알았을 것이고 집이 어딘지, 전화번호, 직업이 확실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유치장에 아예 넣어버렸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경찰로부터 무혐의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에 대해 이상보는 “국과수 결과를 기다렸지만, 막상 받았을 땐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며 “48시간 이상을 강남경찰서 유치장에 있었고 단시간에 삽시간에 (마약) 했다는 보도가 난 걸 보고 좀 혼란스럽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약이라는 프레임 안에 저를 3주 동안 가둬 놓고 본인들 마음대로 쓸고 자르고 할 걸 다 해놓고 나서 문장 하나로 ‘무혐의 처분이 났다.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했을 때 그 허무함과 허탈함은 ‘사람이 이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 잔인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상보는 또 “웃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닌데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다 받고 나서 나중에 수납할 때 (형사들이) 다 등을 돌리고 있더라”라며 “그때 비용이 120만원가량 나온 거로 알고 있는데 국가기관에서 당연히 해줄(내줄) 것,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 결제를 하라고(했다)”고 밝혔다.
이상보는 “제가 유치장에 있을 때 처음에 A씨라고 보도가 나갔고 그다음에 ‘40대 배우 이상보가 마약을 했다’, 그다음에는 ‘이상보가 마약한 것에 대해서 혐의를 인정했다’까지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억울함과 그런 것들이 많이 솟았다”며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더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 상태가 안 좋아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약을 먹으려고 하는데 어떤 분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약을 뜯기가, 약이라는 트라우마가 있다 보니까 이것도 못 먹겠더라”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보는 앞서 지난달 10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당시 이상보는 간이 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그는 우울증약과 신경안정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같은 달 30일 이상보에 대해 수사한 결과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정 결과, 이상보의 소변과 모발에서 ‘모르핀’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이밖에 향정신성의약품 성분들도 나왔지만, 그가 평소 병원에서 처방받은 내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