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4일부터 전국 모든 카페,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가운데, 정작 이 정책을 도입한 환경부는 플라스틱과 종이 빨대 중 어느 쪽이 더 환경에 해로운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폐기 단계에서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9년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2.9% 적다는 환경전 과정평가를 근거로 플라스틱 빨대 전면 금지 규제 정책을 내세웠다.
하지만 해당 평가는 ‘원료의 취득 및 제품 생산 시’까지 발생하는 환경 부하에 대해서만 검증했을 뿐, ‘소각·매립·재활용 등 폐기 과정’에 대한 평가는 전혀 수행하지 않았던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환경부가 종이 빨대 매립 시 생분해가 가능한지, 소각 시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등 기본적 정보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형동 의원실에 따르면 빨대를 폐기하는 단계에서는 플라스틱보다 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더 문제 된다.
플라스틱 대체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 로리웨어(LOLIWARE)의 기후정책 책임자인 카루나 라나의 미국 미시간공과대학(MTU) 석사 논문에 따르면, 일반폐기물 배출 시 에너지 수요량과 지구 온난화 잠재력 모두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도 종이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플라스틱 빨대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때보다 5배 이상 많다는 분석을 내놨다.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 입증되려면 분리배출이 잘돼 재활용돼야 하는 게 전제지만, 실제로는 환경부가 규제를 통해 퇴출하려는 ‘일회용 쓰레기’와 똑같이 소각되거나 매립될 수 밖에 없어 또 하나의 ‘환경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장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종이 빨대를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분류 중인 사실도 밝혀졌다. 종이 빨대는 부피가 너무 작고 음료와 이물질로 오염돼 사실상 재활용이 힘들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종이 빨대의 재활용량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일부만 고물상, 폐지 압축상에 의해 재활용된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동 의원은 "환경을 위해 소비자 불편과 소상공인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를 추진하면서 정작 모두가 궁금해할 배출 과정 환경부하는 전혀 검증하지 않았다"며 “분리 배출되지 않는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와 똑같은 일회용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 넘는 준비기간 동안 배출 과정 환경영향은 물론, 실제 재활용이 원활히 될지 전혀 검증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식 ‘그린 워싱’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