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호재는 정차역 인근 지역의 매매가 급등을 이끄는 주요 요인이었다.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GTX 수혜지로 꼽히면서 자금이 부족한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족’의 수요가 대거 몰렸다. 그러나 올 들어선 부동산 시장 냉각과 GTX 개통 지연 등으로 집값이 이전 최고가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매매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GTX-A노선 킨텍스역(예정) 인근 ‘킨텍스 꿈에그린’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12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작년 8월 최고가인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1년 만에 2억2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A노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년 사이 3억7000만원 오른 단지다.
운정역(예정)과 가까운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4㎡의 시세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고가인 9억4000만원에 거래된 이 단지는 지난달 약 2억7000만원 떨어진 6억68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2년 전인 2020년 9월 수준이다.
아직 착공도 안 한 B·C노선 인근 지역의 집값도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B노선 송도역(예정)이 가까운 ‘송도 더샵 마스터뷰 23-1블록’의 전용 84㎡는 지난 6월 9억원에 거래돼 작년 10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3억5000만원 떨어졌다. C노선 인덕원역 인근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전용 84㎡는 지난해 6월 16억3000만원에서 올해 7월 11억9000만원으로 4억4000만원 하락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지난해 중반 GTX 호재로 상승했던 집값이 조정을 거치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다”며 “한동안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업계에선 GTX가 정차하는 지역 가운데 교통 여건이 우수한 곳은 향후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다시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