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직원들의 로열티(애사심)가 높은 때가 있었나 싶습니다.”
최근 만난 코오롱의 한 중간 간부는 9월부터 급격히 달라진 회사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9월 초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사진)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울산과 경북 구미, 포항, 김천공장을 긴급히 찾아 재해 대응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인 뒤 나타난 변화라고 했다.
당시 김영범 코오롱글로텍 사장은 기름과 빗물로 범벅이 된 포항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물을 퍼내며 직접 수습에 나섰다. “사장님은 물러나 계시라”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김 사장은 “같이 해봅시다”라며 현장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코오롱 직원들 사이에선 “재난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선 최고경영자(CEO)들을 보며 감명받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코오롱 사내 게시판에는 “CEO를 칭찬합니다” “CEO가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줘 고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코오롱은 이 기세를 몰아 전사적으로 애사심을 끌어올리고, 위기 대응 의식을 강조하기로 했다. 안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우리는 위기 때마다 한마음으로 움직였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기든 각자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적극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주어진 역할에 ‘내 일’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자는 주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잦은 이직 등으로 느슨해진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데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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